↑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
동양 고전의 정수라 부르는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오두막을 세 번 찾아간다는 뜻으로 중국 촉한의 임금 유비가 제갈량의 초옥을 세 번 찾아가 간청한 끝에 군사(軍師)로 맞아들였다는 뜻이다.
삼국지는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와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 '삼국지 경영학'이 나올 정도로 기업 운영에서도 삼국지는 경영 지침서로 여겨진다. 인재를 욕심내는 경영자에게는 '삼고초려'가 지침이 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인재 욕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지난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디자인 경영'을 내세우며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섰다.
첫 시작은 당시 크리스 뱅글, 발터 드 실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여겨지던 피터 슈라이어다.
정 회장은 독일로 직접 날아가 설득하는 '삼고초려' 끝에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정 회장은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디자인이 나쁘면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했다. 슈라이어는 기아차 디자인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며 기아차에 날개를 달아줬다.
'슈라이어 효과'가 나타나면서 정 회장의 글로벌 인재 욕심은 더 커졌다. 2015년 영입한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 본부장(사장)은 고성능 브랜드 'N'과 제네시스 G70 개발 등을 담당하며, 현대차 고성능차 기술력을 단숨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18년 12월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에 올라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 카림 하비브 기아차 전무 [사진 제공 = 매일경제TV] |
2019년 5월에는 글로벌 최고 운영 최고운영책임자와 북미와 중남미를 총괄하는 미주권역담당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닛산의 전사성과총괄(CPO, Chief Performance Officer)을 역임한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을 영입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수요 급감 속에 현대차 판매 정상화를 이끌고 있다.
벤틀리 출신의 이상엽 전무와 인피티니 출신의 카림 하비브 전무가 각각 2016년과 2019년 영입돼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의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석학으로 손꼽히는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토마소포지오 교수와 다니엘라 러스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두 자문지원에게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신사업 기획 및 기술 전략 수립, 글로벌 연구 조직 구축, 연구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 방향 수립 등 그룹의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현안을 자문받고 있다.
정 회장은 떠난 인재나 떠나는 인재도 가만히 놓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직책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신설하고, 담당 임원에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임명한다고 2일 밝혔다.
신임 CCO를 맡은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2016년 1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줄곧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다가 올해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돌아온 동커볼케 부사장은 신설된 CCO를 맡으며 유럽 등지로 시장 확대를 앞둔 '제네시스' 브랜드와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아이오닉' 브랜드, 수소전기트럭과 같은 친환경 모빌리티 등의 디자인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게 된다.
더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의 디자인에 대한 선행 연구, 유명 디자이너 및 관련 분야 석학과의 교류도 모색하는 등 디자인을 화두로 한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시도한다.
현대차그룹은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디자인의 방향성 정립 및 전략 수립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최고 책임자였던 만큼,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CCO 역할의 최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또 동커볼케 부사장이 수개월간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현대차그룹의 일원으로 다시 합류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회사와 인재 사이의 지속적인 소통과 상호 신뢰 및 존중에 바탕을 두고 최고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 정의선 회장과 이동국 [사진 제공 = 현대차] |
정 회장은 이날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전에 참석했다.
이날 전북현대는 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최초로 4연패이자 통산 최다인 8회 우승을 달성하는 역사를 썼다.
이 경기는 전북현대 주장으로 전북에서만 12년을 활약하면서 우승을 이끈 이동국이 현역을 마무리 짓는 은퇴 무대이기도 했다.
캐주얼 재킷과 면바지에 전북현대의 상징색인 초록색 마스크를 착용한 정 회장은 경기가 끝난 뒤 열린 우승 세리머니와 이동국 은퇴식에도 참석, 선수들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한 뒤 우승 트로피도 들고 같이 사진 촬영했다.
이동국에게는 감사패와
이동국은 사인 축구공으로 화답했다. 그는 "차 선물보다 '자주 연락하자'는 말이 더 큰 선물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