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이재현 CJ회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는 등 삼성그룹과 CJ그룹의 화해무드도 무르익고 있다. 승계와 상속 문제로 갈등이 이어졌던 선대의 앙금이 재계 3세 시대에 들어 풀리면서 두 그룹 간의 협력 관계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5일 오후 3시 40분께 재계 인사로는 가장 먼저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이재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형인 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장남이다. 이재현 회장의 부인 김희재 여사와 딸인 이경후 상무, 아들 이선호 부장도 함께 조문했다. 먼저 도착해 빈소를 지키던 이재현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등 약 1시간 30분 가량 빈소에 머물다 돌아갔다. 이재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국가 경제에 큰 업적을 남기신 위대한 분입니다. 가족을 무척 사랑하셨고 큰 집안을 잘 이끌어주신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작은 아버지이십니다"라며 "일찍 영면에 드셔 황망하고, 너무 슬프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경영 승계를 놓고 경쟁하며 시작된 이건희 회장과 고 이맹희 회장의 갈등은 지난 2012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재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소송전으로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풀릴 것 같지 않았던 삼성그룹과 CJ그룹 간의 관계는 3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회복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이재현 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이 부회장 등 범 삼성가에서 탄원서를 제출한바 있다. 또 지난 2018년 '삼성맨'이던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을 영입할 당시에는 이재현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1·2위를 다투며 견제해오던 현대차그룹과의 화해 무드도 주목받고 있다. 25일 이 부회장이 빈소에 도착하기 직전인 오후 4시 52분께에는 정몽규 HDC 회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두 회장은 약 25분간 조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정몽규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이 부회장에게)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얘기했다"고 답했으며, 정몽윤 회장은 "고인은 우리나라 재계의 큰 거목이었다"며 추모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 부회장은 개인사까지 논의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5월과 7월에는 각각 삼성SDI 천안사업장, 현대차 남양주연구소에서 회동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과 현대차 기업 총수간의 공식 만남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이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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