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업종 투자자들이 산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이벤트와 2·3위권 기업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는 '이차전지 슈퍼위크'를 맞았다.
업계 1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여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을 26일(미국 시간) 받아들 예정이고, 오는 30일(한국시간)에는 배터리 부문 분사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을 묻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차전지 완제품 업계 2위인 삼성SDI와 3위인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오는 27일과 30일에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작년 4월부터 미 ITC에서 진행해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이 이날 밤이나 다음날 새벽 전해질 예정이다.
앞서 미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재판부의 포렌식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LG화학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측의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 ITC는 기존 조기패소 판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진행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 ITC가 지금까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조기패소 판결을 뒤집은 사례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LG화학의 승소가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이차전지 관련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미 ITC가 판결을 뒤집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현지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SK이노베이션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LG화학 역시 미국 미시간·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관련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외에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특허침해 소송도 하고 있어 소송전 국면은 당분간 더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다수의 소송에 대해 한꺼번에 합의하는 '빅딜'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지난주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대표가 LG화학 부스를 방문하면서 양사의 극적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는 30일에는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설립하기로 한 결정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기 위한 임시주총이 계획돼 있다. 임시주총에서의 캐스팅보트는 LG화학의 지분 10.20%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행사할 전망이다. 다수의 의결권 자문회사들은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 분할에 찬성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물적 분할 계획에 반대를 권고한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상장사의 경우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디스카운트(할인)'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물적분할의 경우) 분할 신설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경영 통제 수단 상실, 존속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받아야 하는 배당 등도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LG화학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배터리 부문의 물적분할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배터리 사업 가치 희석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16일 물적분할을 결정할 긴급이사회가 이튿날인 같은달 17일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15일 종가는 72만6000원이었지만, 배터리 부문의 물적분할 계획이 공식화된 같은달 17일에는 64만5000원으로 마감돼 이틀만에 11.16% 하락했다. 이후로도 하향곡선을 그리며 지난달 24일 61만10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했지만,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사고가 이슈화되며 다시 주가가 꺾였다. 특히 10년여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잠정실적과 주주친화적인 배당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다가, 배터리 부문도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담은 확정실적을 발표한 지난 22일부터 반등해 65만원으로 지난주 거래를 마쳤다.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이번 주에 발표될 예정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실적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배터리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된 중대형 배터리 부문의 급격한 성장이 삼성SDI의 호실적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대형 전지의 경우 순수전기차(EV) 부문은 유럽 전기차 시장 호조 및 주요 고객사 배터리 수요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며 수익성 역시 대폭 개선될 것"이라면서 "ESS 부문은 주요 프로젝트가 4분기에
그는 삼성SDI의 지난 3분기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17% 증가한 2조9000억원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2% 늘어난 2198억원을 각각 기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