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살처분한 가축의 매몰지 인근에서 재배한 채소와 곡류에서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무더기로 검출됐다. 채소와 곡류는 가공하기 전에는 미생물 기준치도 없어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산물 안전성 조사 결과 가축 매몰지 인근에서 키운 채소와 곡류 191건 중 52건(27.2%)에서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발견됐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정부는 확산을 막기위해 인근 지역에서 키우던 가축을 살처분해 땅에 매립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오염수가 인근 지역으로 스며들거나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인근에서 키우던 채소와 곡류에서마저 대장균이 발견된 것이다. 가축 매몰지에 대한 농산물 안전성 조사는 지난해 처음 실시됐다.
식중독균이 검출된 농가는 가축 매몰지에서 100m~2.5km 떨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매립지 중에는 닭 138만마리가 매립된 곳도 있어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퍼진 상황이다.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검출된 농산물은 무, 가지, 감자, 고구마, 깻잎, 단감 등이었다. 경기도 포천 매몰지 인근에서 채취한 고구마에서는 3420 CFU/g(g당 세균수), 경북 영주 매몰지 인근 당근에서는 2900 CFU/g, 강원도 원주 매몰지 인근 상추에서는 1288 CFU/g의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 검출됐다. 이 균은 구토와 설사를 유발하며, 내열성이 커 일반적인 가열에도 생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씻어도 잘 제거되지 않는 균으로 알려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반 농산물에는 미생물 관리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일반 농산물은 유통·가공단계에서 세척·가열·조리한다는 이유로 별도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대장균과 식중독균에 오염된 농산물이라도 별도 관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인호 의원은 "가축매몰지 인근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안전성 검사의 필수 대상으로 지정하고, 토양·
농식품부 관계자는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토양, 물 등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므로 가축 매몰지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며 "선진국에도 일반 농산물은 식중독균 기준을 두고있지 않다"고 밝혔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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