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배기사들의 잇따른 사망 등으로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알려지면서 '빨리 빨리'를 외치는 택배업계의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부 시민들이 '자정 전에만 주문하면 새벽에 갖다주는'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당동에 사는 이 모(41)씨는 자신의 SNS에 '총알배송'을 이제 쓰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씨는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급하지도 않은데 새벽에 문 앞에 갖다 주고 밤에도 물건 사진을 찍어서 전송한다"며 "이들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을 뉴스로 접하면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월정액을 내고 새벽 배송을 애용하는 주비 김 모씨(46)씨도 최근 이 서비스를 해지했다.
급할 이유가 없는데다 조금만 계획적으로 주문하면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2일 심지어 1주일 이상 기다린 적도 있는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빨리 빨리'를 하다 보니 우리도 덩달아 '빨리 빨리'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건을 빨리 받고싶은 소비자 욕구를 업체들이 인지하고 이같은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업체들 간의 '스피드' 경쟁이 과열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이런 업체간의 경쟁이 택배기사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박종식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월간 노동리뷰' 5월호에서 '이윤추구형 야간노동 - 야간 배송기사 사례' 글을 통해 "소비자의 요구이고 기업의 새로운 시장창출이라는 이유로 야간배송 업무 확산을 용인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가 필요하
그는 "모든 나라가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이유는 기업과 사회가 당장 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그 사회의 미래자원을 당겨 소비하며 갉아먹는 것뿐이기 때문"이라며 "야간노동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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