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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이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 시제품. [사진 제공 = LG화학] |
LG화학은 엊그제 단일 소재로 유연성과 투명도를 높인 생분해성 신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과 바이오 디젤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식물성 기름인 페글리세롤을 써서 합성수지와 같은 정도의 유연성과 투명성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120일 이내에 90% 이상 생분해되는 기능성까지 갖췄다니 실제 사용된다면 매우 획기적인 소재다.
이 신소재를 상용화하면 비닐봉지는 물론이고 일회용컵, 마스크 부직포 등 생활·위생용품에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외부의 기술적 지원 없이 자체 기술과 제조 공법으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아직 이 신소재가 본격적인 제품화 단계에 이르지는 않은 상태다. 오는 2022년에 시제품을 내고 2025년께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품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데다 경제성이나 품질 등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맞춰질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보니 시장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강해지는 걸 감안하면 잠재력이 큰 것에 비해 국내에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의아할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신소재 개발은 아직 실험실 규모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양산까지 가려면 규모를 키우고 생산공정 조건을 잡아 고객 테스트를 거친 뒤 다양한 가공 여건에 맞추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산을 위한 공장 건설 등에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데다 그 사이에 경쟁사들이 유사한 소재를 개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회사측에서는 기존 생분해성 소재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의 경제성을 맞췄다고 판단하지만 경쟁 제품의 등장이 가시화하면 가격과 기능면에서 차별화한 포인트를 추가해야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사실 종전에도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플라스틱 소재 첨가제를 섞어야 했다. 기존 생분해성 소재는 강도가 높아 유연성이 부족하지만 투명한 바이오 소재인 폴리젖산(PLA)과 석유 원료로 만들어 불투명하지만 말랑말랑한 폴리부티렌아디페이트테라프탈레이트(PBAT)가 있다. 실제 제품을 만들 때는 이 두가지 원료를 섞어서 생분해성 소재로 쓰는데 비율에 따라 유연성과 투명도가 달라진다.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PBAT를 많이 섞을수록 더 불투명해지는 게 한계다. 이 생분해성 소재는 흰색 비닐봉지나 음식물 포장 용기 등으로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번에 LG화학이 새로 개발한 소재는 이와 달리 바이오 함량이 100%인 단일 소재다. 종전 소재에 비해 최대 20배 이상 높은 유연성과 함께 투명성을 갖는 게 장점이다. LG화학 계획대로 순조롭게 제품화가 이뤄지면 지난해 4조원대에서 오는 2025년까지 9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생분해성 소재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공해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이어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늘면서 플라스틱 대란 우려까지 커져 생분해성 플라스틱 이른바 '썩는 플라스틱'은 화학업계의 화두가 된 마당이다.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나온다면 일회용품 이슈는 사라질 수도 있을 터다. 택배 등 배달업도 플라스틱 폐기물 논란에서 좀 더 자유로와져 시장은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번에 신소재를 개발한 LG화학은 물론이고 SKC·SK케미칼·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삼양이노켐 등 여러 기업들이 뛰어들어 기술개발과 제품 생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SKC는 지난 2009년에 세계 최초로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생분해 폴리젖산(PLA) 필름을 상용화하고 아이스팩 포장재나 의류용 포장 비닐 등을 생산해 공급 중이다. 롯데케미칼도 사탕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바이오 페트(PET)를 개발하는 등 경쟁이 점차 가열되는 상황이다.
썩는 플라스틱의 경우는 실험실 차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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