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응해 방역 및 위생 관리가 강화된 결과, 지난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조기 종식되고 발생 규모도 크게 줄어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감염내과 김홍빈 교수, 소아청소년과 이현주 교수, 임상예방의학센터 이희영 교수)은 질병관리본부 표본 감시 자료를 활용해 코로나19 기간 인플루엔자 환자 규모와 발생 기간을 비롯한 인플루엔자 A, B 발생 비중 등 유행 특성을 다각도에서 분석, 지난 3년 동일 기간과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9~2020년 인플루엔자 유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20주간 지속돼 지난 유행 대비 6~12주 짧아졌다. 또한 코로나19의 첫 환자 발생 후 인플루엔자 입원 환자는 3232명으로 2017~2018년 6841명과 비교해 52.7% 감소했으며 방역, 위생관리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는 161명의 입원 환자가 발생해 지난 2년 동기간 대비 최대 96.2%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환자 감소는 인플루엔자 뿐만 아니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 등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시하는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에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비율 지표인 '환자 1,000 방문 당 인플루엔자 발생자수 최댓값'이 코로나19 기간에는 49.8명으로 기존 71.9~86.2명에 비해 최대 42%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플루엔자 유행 규모가 줄어든 이번 연구결과가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환자들이 단순히 병원 방문을 꺼려서 나타난 통계적 착시로 보기 어려우며, 실제로 유의미한 환자 감소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밖에도 전체 인플루엔자 환자 중 B형 인플루엔자 환자 비중은 4%대로, 26.6%부터 54.9%에 이르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일반인들이 흔히 '독감'으로 알고 있는 인플루엔자는 심한 기침, 인후통, 고열, 오한 등 전신에 이상을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전염성이 강한 데다가 호흡기 합병증이나 기저 심폐질환을 악화시켜 매년 2000명을 전후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가 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매년 유행 양상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하지만 백신만으론 바이러스를 완벽히 막을 수 없으며 피접종자 연령이 높아질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마스크 착용, 올바른 손 씻기 등 바이러스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생활 방역이 병행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 동안 이러한 활동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입증할 만한 대규모 연구가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에 대응해 전 국가적으로 방역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에 주목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인플루엔자 유행 양상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방역과 위생관리 강화가 전염병 유행 억제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했다.
연구 제 1저자인 이현주 교수는 "개인위생 수칙을 비롯한 공중보건학적 전략들이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방역 활동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의 감염 규모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홍빈 교수는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를 방어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며 "이에 더해 코로나1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저널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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