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제주도에서 600만 원 상당의 '호화 출장' 비용을 업체에 부담시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원들을 징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이 모두 해당 사건에 대해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심평원은 자체 징계위원회에서 무혐의 처리해 비난이 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특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는 직원을 징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제가 된 심평원 직원들의 행위는 지난해 5월 심평원 부패신고시스템에 '외국인과 회의를 가장한 호화 술파티'란 익명의 신고로 드러났다.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 관련 요양급여 비용을 심사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심평원 직원들은 지난해 4월 27일부터 5월 1일까지 제주도에서 나흘간 '바레인 프로젝트'와 관련한 제7차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바레인 프로젝트는 바레인에 보건의료IT 시스템을 구축하는 155억짜리 사업으로, 심평원은 2017년 바레인 최고보건위원회에서 수주했다.
제보에 따르면 심평위 직원들은 회의를 열면서 가장 비싼 호텔에 숙박했고 모든 식사를 이 호텔 풀코스로 해결했다. 또 낮부터 밤까지 킹크랩, 다금바리 등 고급 안주와 각종 술로 파티를 벌였다. 고발자는 "공공기관 임직원이 계약업체가 경비 처리하게 해 호텔에서 회의를 빙자한 이런 호사를 누리는게 문제가 없는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제보에 따라 심평원 감사실은 조사를 진행했고, 위원회 운영과 관련 없는 숙박비 초과금과 식비 등 총 597만원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금품이라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약속해서는 안 된다.
심평원 감사실의 유권해석 의뢰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해 8월 "7차 운영위에 참석한 심평원 직원 16명 중 주된 책임자 3명을 1명당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 등을 수수한 사유로 중징계하고 단순 참가한 9명은 경고 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심평원 본부가 있는 강원도 원주경찰서도 청탁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는 수사결과를 지난 1월 통보했다.
하지만 심평원 징계위원회는 이들이 모두 '무혐의'라 판단해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심평원의 징계 절차가 부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징계 심의대상자의 직상급자 등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징계위원회 논의에 참여했으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통보를 받고도 관할 법원에 과태료 부과 통지를 하지 않았다. 또 심평원 감사
이종성 의원실은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이라며 "심평원 조직과 임직원의 공직기강 재정립이 필요하고 청탁금지법 위반자들에 대한 과태료 결정에 따라 내부 징계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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