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끝 호텔·면세점 ② ◆
국내 면세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 올해 1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외국인의 발길이 모두 끊긴 대신 '제3의 고객'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 버텨준 결과다. 다만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보따리상 의존도를 줄여야하는 숙제도 함께 떠안았다.
◆ 외국인 고객 97% 줄었는데…매출은 고작 25%↓
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0조277억원으로 전년 동기간(15조8559억원)대비 36.7% 감소에 그쳤다. 올해 3월부터 지난달(-97.2%)까지 국제선 여객수 감소율이 90%로 지속됨에도 면세점 매출이 10조원대를 기록한 건 의아하다는 평가다.
해답은 외국인 매출에서 나온다.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1조3834억원으로 전년 동월(1조8548억원)대비 25.4% 감소에 그쳤다. 같은 기간 외국인 고객수가 170만명에서 7만5000명으로 95.5%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 방어율이 상당하다. 반면 지난달 내국인 고객수과 매출 감소율은 각각 78%, 81.5%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심지어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은 올해 4월 9664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매달 상승해 코로나19 확산 전인 올해 1월(1조7017억원) 수준으로 회복세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80%, 외국인 매출의 90%를 중국인이 차지한다"며 "방한 중국인이 현저히 줄었음에도 매출 하락이 적은건 객단가가 높은 보따리상 파워"라고 말했다.
◆ 2주 자가격리에도 제주까지 활동
2010년대 초 중국의 온라인 시장 성장과 함께 생겨난 보따리상은 하나의 작은 기업이다. 한국과 중국을 주기적으로 오가며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구입한 면세품을 현지 온라인을 통해 값싸게 판매해 수익을 낸다. 2015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인들의 방한길이 막히자 선주문을 받아 배달해주는 형태로 보따리상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중국 보따리상이 활동을 재개하자 면세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지난 6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던 제주 시내면세점을 이달 5일부터 재개장했다. 하루 4시간, 명품과 화장품 등 일부 품목만 판매하는 형식이다. 제주 시내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전 연 1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곳이었다. 이중 80%는 중국 보따리상 수요다.
현재 국내에 도착하는 모든 국제선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됐다. 그럼에도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제주 시내점을 개장한 까닭은 물량 때문이다. 서울 시내면세점에 보따리상이 몰리면서 화장품 등 인기가 높은 품목 재고가 부족해지자 제주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보따리상들은 현재 입국 시 자가격리 2주 비용을 감안하고서라도 국내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 두 배 뛴 송객수수료…수익성 어쩌나
다만 수익성이 문제다. 국내 면세점은 중국 여행사에 보따리상을 모객해준 대가로 송객수수료를 지불한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3% 수준이었던 매출액 대비 송객수수료율은 2분기 8%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면세점이 물건을 팔고도 마진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신라면세점의 2분기 영업손실은 47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2분기 37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영업 손실은 735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보따리상 의존도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6%로 전년 동월(85%)대비 11%포인트나 늘었다.
국내 면세업계는 따이궁 비중을 줄이기 위해 내국인 구매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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