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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BMW] |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를 고민하는 것처럼 자동차를 고를 때도 욕구 충돌과 결정장애가 발생한다. 여유가 있다면 필요한 음식을 모두 시키듯 자동차를 종류별로 구입하면 되지만 한 대만 선택해야 한다면 고르는 재미 대신 골라야 하는 고민이 커진다.
BMW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주는 데 일가견이 있다. BMW는 1990년대 SUV 시장에 진출하면서 결정장애 해결사로 주목받았다.
BMW가 SUV 시장 진출을 타진한 1990년대에는 '달리는 맛'에서 최고를 이룬 BMW와 SUV는 어울리지 않게 여겨졌다. SUV는 사냥· 여행 등 야외 레저활동(Sports)과 실용(Utility)에 초점을 맞춘 다목적 자동차답게 크기도 디자인도 성능도 모두 '육중'해야 한다는 당시 분위기 때문이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독일 브랜드답게 BMW는 SUV 시장 진출을 결정하면서 실용성에 중점을 둔 평범(?)한 SUV와 BMW SUV가 같은 대접을 받는 게 싫었다. "난 달라"를 외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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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뉴 6시리즈 GT [사진 제공 = BMW] |
BMW는 이름이 운명을 결정하듯 자신들의 SUV는 기존 SUV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SUV라는 이름 대신 SAV(스포츠 액티비티 비이클)라고 따로 정의했다.
2003년에는 X5보다 작은 X3를 선보이면 X시리즈 홀수 라인업을 강화했다. 2009년에는 홀수 라인업의 막내인 X1도 내놨다. 홀수 라인업의 결정체이자 BMW 최초의 럭셔리 SAV인 뉴 X7도 지난해 국내 출시했다.
BMW는 홀수 라인업으로 구성된 SAV에 만족하지 않고 2008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당시 X5를 기반으로 X시리즈 맏형인 X6를 내놓으며 다시한번 결정장애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다.
X6는 투박한 SUV에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의 정수라 부르는 '클래식 쿠페'를 결합, SUV도 스포츠 쿠페 못지않게 스타일리시하게 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BMW는 X6를 SAV가 아닌 SAC(스포츠 액티비티 쿠페)라고 정의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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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뉴 6시리즈 GT [사진 제공 = BMW] |
이태리어로는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라고 부른다. GT 장거리 여행에도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는 고성능 자동차를 의미한다. 스포츠카나 쿠페에 패밀리세단의 장점을 결합, 펀(Fun)과 편(便)의 조화를 추구했다.
BMW는 GT를 더 진화시켰다. SUV와 왜건을 장점을 결합해 기존 GT에서 여전히 부족한 실용성을 향상시켰다.
BMW가 지난 2010년 선보인 5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는 클래식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쿠페 형태의 외관 디자인,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SUV·왜건에 버금가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앞세워 비즈니스와 레저를 모두 충족시키는 차로 평가받았다.
BMW GT 끝판왕은 2017년 국내 출시된 BMW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다. BMW 5시리즈 그란 투리스모의 후속에 해당하는 BMW6 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는 품격, 퍼포먼스, 실용성 등을 모두 갖춘 '세단+스포츠카+쿠페+SUV+왜건'의 결합체다. BMW 7시리즈, BMW X6, BMW M의 DNA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모델이다.
BMW는 기존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를 한층 진화시킨 신형 모델을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한 데 이어 10월부터 공식 판매에 돌입했다.
BMW 뉴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는 전장x전폭x전고가 5090x1900x1540mm이고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가 3070mm다.
외관에는 BMW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반영됐다. 신형 BMW 5시리즈처럼 하나의 프레임에 둘러싸인 BMW 키드니 그릴은 윗부분이 돌출됐다.
엘자(L)자 두 개가 연결된 그래픽을 적용한 LED 헤드라이트와 어울려 강인하면서도 스포티한 매력을 발산한다.
앞 범퍼 디자인도 다이내믹하게 다듬어졌다. 전방에서 앞바퀴 바로 뒤쪽 에어 브리더까지 이어지는 공기흐름을 개선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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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뉴 6시리즈 GT [사진 제공 = BMW] |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으로 편의성도 강화했다. 다만, 2% 부족하다. 갤럭시 S9 플러스에 커버를 씌우면 충전 공간에 넣을 수 없다. 요즘 출시되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 등 대화면 스마트폰에는 그림의 떡이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기본 600ℓ이고,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1800ℓ까지 확장된다. 전동식 테일 게이트 및 컴포트 액세스 기능으로 물건을 쉽게 싣고 내릴 수 있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후진 어시스턴트 등 한층 더 진보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기본 사양이다.
3차원 모형 디자인을 통해 주변상황을 계기반 중앙에 표시해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차량이 진입한 동선을 따라 후진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후진 어시스턴트와 같은 기능들은 더욱 편리하고 여유로운 주행을 돕는다.
뒷좌석도 넉넉하다. 가운데 센터 터널이 솟아나 가운데 자리에 앉는 탑승객은 발을 놓기 다소 불편하지만 어른 3명도 앉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시승차는 뉴 6시리즈 라인업은 630i xDrive 럭셔리다. 2998cc 트윈파워 터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발산한다. 연비는 9.3km/ℓ다. 판매 가격은 8920만원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고급스러운 나파 가죽으로 감싸진 시트가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스티어링휠은 적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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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뉴 6시리즈 GT [사진 제공 = BMW] |
원뿔형 장애물(라바콘) 사이로 차를 지그재그 운전한 뒤 기어를 후진 모드에 놓고 디스플레이에서 후진 보조장치를 터치하면 차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해 왔던 길을 후진해서 나온다. 후진 과정은 매끄럽다.
후진 어시스턴트 체험을 마친 뒤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 3가지로 구성된 드라이브 모드 중 컴포트 모드를 선택하고 주행에 나섰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프리미엄 세단이라 여길 정도로 정숙하다. 풍절음과 노면소음을 잘 차단한다. 노면 진동 흡수 성능도 우수하다. 편안하고 여유로는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스티어링휠이 좀 더 무거워지면서 세밀하게 조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속페달은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정제된 엔진음과 함께 속도를 빠르게 올린다. 몸으로 느끼는 속도감보다 실제 속도가 무척 빠르다. 차체 안정성이 우수한데다 과시하지 않는 엔진음 때문에 실제 속도를 모르다가 속도계를 보고 나서야 놀라서 속도를 급히 조절해야 할 정도다.
반자율주행 성능은 우수하다. 구간 단속구간에서 90km로 세팅한 뒤 달릴 때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좌우로 뒤뚱거리지 않고 차선 중앙을 유지하고, 다른 차가 끼어들었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가감속하며 달린다.
음성 명령 기능도 원활하게 작동한다. "안녕 BMW"라고 명령하면 디지털 수행비서가 응답한다. "온도 올려줘" 수준에 더 나아가 "온도 1도 올려줘"같은 좀 더 구체적인 명령도 잘 따른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주고 차량상태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수입차의 고질병처럼 여겨지는 내비게이션은 화질, 길 안내 성능, 목적지 검색 기능 등이 이전보다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갈림길 안내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음성 안내가 다소 늦는데다 두루
BMW 뉴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는 세단, 스포츠카, 쿠페, SUV, 왜건 등 모든 차를 다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한 대로 모든 차를 다 가진 효과를 제공한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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