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는 두 달만에 끝나기라도 했지 코로나19는 끝이 안보입니다. 앞으로 매년 감염병 유행에 대비를 해야하는 건 지 답답할 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면세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내국인들의 해외 여행길이 막히고 방한 외국인도 줄면서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다. 면세점은 해외 법인을 청산하고 임직원 임시 휴직에 돌입하는 등 눈물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7조3321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6568억원)대비 37% 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분기만 살펴보면 매출 감소율은 48%로 반토막이 났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 4월부터 4개월째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와 비교해선 여전히 절반 가량 감소한 규모다.
면세업계가 대규모 감염병 유행 사태를 맞은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과 2007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에도 면세업계는 타격을 받았다.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지 2주 째인 6월 초 시내 면세점 매출은 전월대비 30%나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달리 두 달여만에 메르스 확산세가 꺾이면서 경영도 금새 정상화됐다.
반면 코로나19 성적표는 처참했다. 면세점 위기에 호텔신라는 20년 만에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의 2분기 매출은 49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4% 감소했다. 698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2분기 37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합계 영업 손실은 735억원에 달한다.
위기는 공항에서부터 찾아왔다. 국제선 여객수가 90% 이상 줄면서 공항 면세점 매출도 전년대비 90%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공사와의 줄다리기 끝에 올해 3~8월 임대료 감면율을 50%까지 높였으나 현상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마감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입찰은 사업자들의 외면 속에 6개 사업권이 모두 유찰된 바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면세점은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월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섰던 롯데와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지난 6월부터 이달 초까지 문을 닫았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서울 면세점은 운영 시간을 4~5시간 가량 줄였다. 이밖에 신라면세점은 자율 유급휴직에 돌입했고, 롯데면세점은 주 4일제를 도입해 인건비 감축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여기에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대만과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중국 관광객이 대거 몰리는 국가로 각국 면세점의 이목이 쏠리던 곳이다. 해외 부실 법인을 청산하고 코로나19 종식까지 보수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면세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영 정상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세품 내수 판매와 더불어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효과가 본격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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