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이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땅을 공원으로 지정했다. 이달 중순 국민권익위원회의 최종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공원화 계획을 강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매각 계획을 접은 뒤 서울시가 제안한 보상비(4670억원)를 받고 해당 용지를 넘겨야 한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서울시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7일 서울시는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용지 관련 북촌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 대한항공이 소유한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용지를 특별계획구역에서 공원으로 바꾼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송현동 용지를 어떠한 공원으로 만들지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까지 매각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대한항공의 상황을 고려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선매입한 뒤 추후 시유지와 교환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시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현재 진행 중인 권익위 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서울시 결정에 대해 "권익위 중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송현동 용지를 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방적인 결정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자 권익위의 중재 노력까지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권익위의 조정안이 나오지 않았는데 공원화를 강행한 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업의 재산권을 과하게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권익위 조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송현동 용지가 공원으로 확정되면 대한항공이 이 땅을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보상비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대한항공의 주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권익위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조정안을 확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경영난 극복을 위해 송현동 용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경복궁 인근 노른자 위 땅이어서 최소 5000억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서울시가 해당 용지의 공원화 계획을 밝히면서 매각 절차는 중단됐다. 서울시는 공원화를 추진하는 대가로 대한항공에 4670억원의 보상비를 제안했다. 또 예산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려 보상비는 향후 2년간 분할 지급한다고 했다.
그러자 대한항공은 지난 6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노력 중 하나로 송현동 용지를 매각하고 있는데, 이를 서울시가 방해하고 있다"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양측 관계자들과 협의 과정을 거쳐 오는 9~10일께 최종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송광섭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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