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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해외 IT 기업들은 한국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도 법인세 등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확대했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인 IT 기업인 네이버 한 곳이 내는 법인세가 4500억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들 해외 기업들의 세금 납부는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에어비엔비 등 글로벌 IT기업 134곳이 납부한 부가세는 2367억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 해외 기업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세 의무를 도입한 첫 해 233억원에 불과했던 징수실적은 4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직전해인 2018년 1335억원(82곳)과 비교해봐도 2배 가깝게 늘었다.
해당 금액은 이들 기업이 인터넷 광고와 게임, 음성, 음향, 영상 등 형태의 전자적 용역을 공급해 얻은 수익에 대해 납부한 수치다. 예를 들어 국내 소비자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월1만450원)를 이용할 때 구글 측이 얻은 매출에 대해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다.
2000억대의 이번 금액은 2018년 말 국회에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로 '인터넷광고',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공유경제 서비스', 'O2O(중개)서비스'의 수익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처음으로 신고된 금액이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해외 IT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부과됐다. 법 통과 이전에 국세청은 게임과 소프트웨어 등 해외 IT 기업의 수익 일부에 대해서만 과세해왔다. 개정안 통과로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해외 IT기업 서비스 전체로 확대됐다.
해외 IT기업 매출 여전히 '깜깜이'··· 세금 축소 신고 의혹
현행법상 해외 IT기업이 간편사업자 등록을 통해 이른바 '디지털세'를 납부해야하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다. 먼저 국내 소비자가 이들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금액을 지불한 뒤, 인터넷 광고와 게임·영상 등의 전자적 용역을 공급받는 경우다. 유튜브의 광고 없는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기 위해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해외 개발자가 구글의 구글플레이 또는 애플 앱스토어 등 오픈마켓을 통해 앱을 공급하고, 국내 소비자가 이를 구매할 경우도 해외 IT기업의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생긴다. 글로벌 게임사 슈퍼셀에서 개발한 '클래시오브클랜'을 다운받아 이용할 때 소비자들이 내는 관련 이용료에 대한 세금을 예로 들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외국법인 상당수가 재무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로 운영되는 가운데 법 개정을 통해 과세 확대가 이뤄졌지만, 국내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조세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수익을 남기는 비거주 국외 사업자에게 제대로 과세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국외사업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가산세를 면제해 주고 있으나, 일몰 없이 가산세를 면제하는 현행법은 국내 사업자를 역차별할 뿐만 아니라 신고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해외 주요국가와 같이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국외 기업에게 국내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제재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조만간 간편사업자의 가산세 면제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막대한 수입 불구 고정사업장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 회피
한편 업계에서는 이같은 부가가치세 납부가 '본질 흐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해외 IT기업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도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 납부를 회피해왔고, 관련 매출 정보도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기존 법체계에서 법인세는 고정 사업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부과한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는 2019년 국내 전체 기업 2위 수준인 4489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앱 시장에서 구글은 5조9996억원, 애플은 2조3086억원 등 총 8조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법인세 20~25%를 낸다고 가정하면 최소 4000억원은 내야 한다"면서 "134곳이 부가가치세 2000억원을 나눠냈다는 것은 국내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이들 글로벌 IT기업들에 대한 조세 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세'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고정 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글로벌 디지털 대기업이 직접 매출을 얻는 영토 내에서 해당 국가가 이들의 매출액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하는 조세다. 이미 지난해 7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서유럽권은 2∼3% 수준의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체코 등 동유럽권은 5∼7% 가량의 높은 디지털서비스세를 추진 중이다.
한국도 국세청이 세금을 회피한 구글코리아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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