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확대되고 있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부친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성년후견심판에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까지 뛰어들면서 법적 다툼이 본격화됐다.
5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은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에 대한 의견조회 회보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 막판까지 고심하던 조 부회장은 누나인 조희경 이사장의 심판 청구에 동의하고 관계인에서 참가인으로 전환 신청했다.
법조계에서는 관계인 지위로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던 조 부회장이 성년후견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응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사회공헌', '경영권', '재산'을 놓고 부친 조양래 회장과 대립각을 세운 삼남매의 연합전선 구축이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조 부회장은 지난 8월 말 법무법인 원을 통해 "최근 회장님의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회장님 보인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 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각각 19.32%, 0.83%로 조현범 사장(42.90%)에게 지분율이 크게 밀리지만 차녀인 조희원씨(10.82%)의 결정에 따라 경영권 분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조희원씨는 최근 부친인 조 회장과 동생 조 사장에게 본인 명의 계좌에서 발생한 출금내역을 설명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알려졌는데, 아직까지 성년후견심판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원의 의견조회 회보서 제출 요구가 강제 사항이 아닌만큼 이를 제출하지 않고 기존대로 관계인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만 조 이사장 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원씨와 성년후견심판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나눈 바 없고 추석 연휴에도 조희경 이사장 본인은 미국에 머물러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부친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넘겨받은 조현범 사장은 예상대로 조 회장의 편에 섰다. 조 사장은 법원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말 조 이사장의 심판 청구에 동의하지 않고 관계인으로 남겠다는 입장이 담긴 의견조회 회보서를 제출했다.
조 회장 본인 역시 지난달 말 국내 최대 로펌의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용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우며 성년후견심판은 물론 향후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소송전까지 포석에 뒀다.
한편 법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 일가의 의견제출이 마무리되면 심문과 의사 감정 등을 통해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을 진행할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각각 0.90%, 1.27% 상승 마감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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