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변호사A씨는 수입을 숨기고 세금을 내지 않아 국세청 '레이더'에 걸렸다. 국세청이 빅데이터를 사용해 A씨 금융거래 내용을 파악하고, 수차례 주변 탐문·미행한 결과 그는 서울 자택과는 별도로 290㎡ 규모 분당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면서 고급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국세청이 A씨 아파트와 사무실을 동시 수색했는데 사무실 서재 책꽂이 뒤에서는 현금다발이, 집안 금고에는 순금, 일본 골프회원권 명품 시계, 명품 핸드백 등 2억 원 상당의 금품이 쏟아져나왔다. 추적조사 결과 A씨가 숨긴 금품은 모두 압류 조치됐다.
↑ 고액 부동산 양도세 체납자 집에서 나온 현금다발 [사진 제공 = 국세청]
국세청이 체납자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악의적 고액체납자 812명을 추적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통상 국세를 3회 이상 체납하거나 체납액이 총 2억원이 넘어가면 고액·상습 체납자로 분류된다.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친인척 금융조회, 수색 등 강도 높은 추적조사를 실시해 은닉 재산을 끝까지 환수하고, 체납처분 면탈행위에 대해서는 체납자와 조력자까지도 형사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내년부터는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를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집어넣는 등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양도세 체납자 가택에서 발견된 수표뭉치 [사진 제공 = 국세청]
종전과는 달라진 풍경은 체납 관련 빅데이터를 사용해 고액 얌체체납자를 정교하게 잡아내고 있다는 게 점이다. 예전에는 체납자에 대한 현장 탐문 방식이 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전·월세 자료나 사업장 이력, 전세금 타인명의 이전 등 빅데이터를 통해 체납자 생활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촘촘하게 감시망을 짰다. 올초 일선 지방청과 세무서에 신설한 체납징세과가 체납자 '저승사자' 역할을 맡고있다.
A씨의 경우에도 전·월세자료 분석을 통해 실 거주지가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닌 분당 고가 아파트라는 게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파트에 숨겨왔던 금품을 압류할 수 있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 들어 거주지 수색 등을 통한 강도 높은 추적조사를 벌여 1조5055억 원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얌체체납자 재산환수를 위해 체납자 6촌 통장까지 뒤진다. 현행 금융실명법상 5000만
원 이상 재산 은닉혐의가 있는 체납자는 배우자는 물론 6촌 이내 혈족 등 금융정보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친인척 금융정보조회는 체납 빅데이터 추적조사가 본격화하는 국면에 중요한 분석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은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