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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전경. [김호영 기자] |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 공공기관과 국책은행의 필기시험일인 12일 'A매치 데이'에서 한은의 응시율은 53%를 기록했다.
통상 A매치 데이는 한은이 필기시험일을 정하면 10개의 다른 기관들이 같은 날짜로 시험일을 잡는 식으로 정해진다. 올해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한 한은이 시험일을 당겨 산은, 수은, 금감원까지 4개 기관만 시험이 겹쳤지만 서류합격자의 절반이 결시한 것이다.
11개 기관의 시험이 겹쳤던 작년 A매치 데이에서 한은의 응시율은 47%였다. 올해 산은의 응시율은 57.1%에서 68%로, 수은은 71%에서 75%, 금감원은 70%에서 75%로 올랐다. 올해 한은이 최종합격자 수 대비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평년 대비 2/3~3/4(직렬별 상이)으로 줄였고, 한은을 제외한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한은이 가장 낮았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한은 시험에 결시율이 높은 것은 어려운 난이도와 수준 높은 경쟁자들도 있지만 창의성과 개인의 발전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보수적인 조직문화, 단조로운 업무환경 등이 직장으로서 매력이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직자들이 평가하는 한국은행의 블라인드 평점은 2.5로 A매치 데이에 참여하는 11개 기관 중 가장 낮다. 직원 리뷰를 보면 "흥선대원군도 울고 갈 꽉 막히고 보수적인 문화", "단순히 말 잘 듣는 직원만 원함" 등 경직된 문화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업무환경에 대해서는 "똑똑한 사람들 뽑아서 바보로 만드는 회사", "순환근무로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 등 입사 전 기대와 다르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동종업계 대비 낮은 급여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타 금공 대비 현저히 낮은 복지와 급여", "그냥 정년보장과 네임밸류로 다니는 곳", "이 정도인지 알았다면 입행을 다시 생각해봤을 것이다" 등 박탈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게재됐다.
한은의 초봉은 4000만원대로 산은, 기은 등 다른 기관이나 주요 시중은행보다 낮다. 평균연봉은 9000만원대지만 긴 근속연수와 호봉제가 평균연봉을 끌어올린 거라 체감연봉은 더 떨어진다. 최근에는 감사원 지적과 기재부의 예산 삭감으로 초과근무 수당도 사실상 사라졌다. 일반 직원은 초과근무가 쌓이면 대체휴가를 받지만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은 야근을 해도 일체의 보상을 받지 못 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우리 때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직장을 선택했지만 요즘 세대는 다르다"며 "중앙은행이 직장으로서 매력이 떨어지면 앞으로도 훌륭한 인재가 들어올지 장담할 수
다만 낮은 응시율과 직장 선호도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한은 인사 관계자는 "필기에 응시한 53% 중 상당수는 한국은행만 목표로 준비한 사람들일 것"이라며 "급여와 근무환경, 조직문화에 대한 선호는 사람마다 달라 특정한 흐름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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