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고 조졌다"
편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씩은 어나 비속어를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들 중에는 표준어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표준어인 단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오지다, 조지다가 그 좋은 예다. 사투리인줄, 비속어인줄, 혹은 반짝 유행어인 줄 알았는데 표준어인 표현 과연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몰랐던 의외의 표준어들을 소개한다.
◆돈지랄
충동구매를 하거나 씀씀이가 헤픈 사람에게 "돈지랄 좀 그만해"라고 말해본 경우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어감 때문인지 비속어로 느껴진다. 하지만 돈지랄의 사전적 의미는 '분수에 맞지 아니하게 아무 데나 돈을 함부로 쓰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뜻한다. 표준어이긴 하지만 돈지랄은 '네 분수와 주제를 파악하고 돈을 쓰라'는 힐난이 담긴 말이니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오지다
한때 급식체(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로 유명했던 '오지다'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두 개의 뜻을 갖고 있다.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허술한 데가 없이 알차다'는 뜻을 가진 표준어다. 둘 다 좋은 의미지만 문맥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쓰임새를 가려 써야 한다.
◆조지다
무엇인가 일을 그르치거나 망쳤을 때 '조졌다'는 표현을 쓴다. 짜임새가 느슨하지 않도록 단단히 맞추어서 박다, 일신상의 형편이나 일정한 일을 망치다, 호되게 때리다 등 세 가지 뜻을 갖고 있는 조지다 역시 표준어다. 담긴 의미가 하나같이 그리 곱지 않아서인지 비속어로 착각할 만큼 부정의 느낌을 품고 있긴 하다.
◆개고생
한때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이 유행했는데, 개고생 역시 표준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개고생에 대해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생(苦生)'에 접두사 '개-'가 붙어 만들어진 파생어다. 우리말에서 접두사 '개-'는 생산성이 뛰어난 편이라 많은 파생어를 만들어 우리말 어휘를 풍부하게 해 준다. 그렇다고 모든 단어에 개자를 붙이면 다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머
"머라고요?"의 '머'는 표준어가 맞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머'를 검색하면 '뭐'를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돼 있다. 모르는 사실이나 사물·정하지 않은 대상을 가리킬 때 쓰는 '무어'를 줄이면 '뭐'가 되고, '뭐'의 일상적인 표현이 '머'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뭐라고?", "뭐예요!"는 "머라고?", "머예요!"로 써도, "아, 뭐!", "뭐?"는 "아, 머!", "머
이처럼 우리말 중에서 평소 비속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표준어인 말이 꽤 많다. 따라서 적재적소에 이 같은 어휘를 잘 사용한다면 오히려 표준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지 모른다.
[김경택 기자 kissmaycry@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