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제공=기아차] |
마차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쿠페의 역사도 '실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쿠페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자르다(cut)'에서 유래했다.
원조는 평범한 모양에서 벗어나 개성을 강조하면서 두 사람이 멋들어지게 타려고 두 줄로 마주보던 의자의 한 줄을 잘라낸 마차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전고후저 스타일로 디자인한 2도어 2인승 자동차를 쿠페라고 불렀다. 쿠페는 자동차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운 외관과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품을 보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듯 2도어 2인승 정통 쿠페는 불편하고 활용도가 적은 데다 가격도 비싸다.
애써 개발한 쿠페가 단지 예술품 영역에만 머무는 게 안타까웠던 자동차 메이커들은 다양해지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쿠페를 4·5도어 형태로 변태(變態)시켜 실용성을 높인 퓨전 쿠페를 선보였다.
국산차 중에서는 기아 스팅어(STINGER)가 4도어 퓨전 쿠페다. 스팅어는 그란 투리스모(GT, Gran Turismo)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어인 그란 투리스모는 영어로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다. 장거리를 달리는 고성능 자동차라는 뜻이다.
스팅어는 달리는 재미와 함께 편안함도 제공하는 여행용 자동차이자 스포츠카와 패밀리세단의 앙상블을 추구했다.
스팅어라는 이름도 4도어 쿠페 스타일 GT인 어울린다. 찌르는 것, 쏘는 것, 침, 스팅어 미사일 등의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스팅어를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으로 부른다.
기아차가 2011년 공개한 콘셉트카 'GT콘셉트'를 계승한 스팅어는 멋지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의 역작답다.
![]() |
↑ [사진 제공=기아차] |
지난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신형 스팅어는 기존 모델과 같이 전장x전폭x전고가 4830x1870x1400mm이고 휠베이스가 2905mm다. 낮은 전고, 넓은 폭, 긴 휠베이스로 스포티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스포츠 감성을 추구했다.
외모는 상품성 개선 모델이라 얼핏 봐서는 달라진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기존 모델보다 좀 더 역동적으로 보인다. 이유가 있다. 눈초리가 매서워졌기 때문이다.
매의 부리를 닮은 헤드램프는 이전보다 눈 꼬리가 더 치켜 올라갔다. 전면 범퍼 중앙과 가장자리에는 고성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형 에어 인테이크가 들어섰다.
전고후저 쿠페 스타일을 갖춘 옆모습도 기존과 같지만 휠 디자인이 바뀌면서 더 다이내믹해졌다. 칼날 10개를 모아둔 것 같은 전면 가공 휠은 공격적이다.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모터스포츠 '체커 플래그' 문양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순차점등 턴 시그널 램프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 |
↑ [사진 제공=기아차] |
경계를 매끄럽게 처리한 심리스(Seamless) 디자인의 10.25인치 내비게이션, 다이아몬드 퀼팅나파 가죽시트, GT전용 스웨이드 패키지, 블랙 하이그로시와 크롬이 베젤 부분에 적용된 클러스터를 적용해서다.
럭셔리 가구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나파가죽 시트의 다이아몬드 퀼팅 디자인은 스팅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한층 높여준다.
전고후저 차체는 뒷좌석 탑승자에게는 불편하다. 헤드룸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팅어는 패밀리카로 사용할 수 있도록 뒷좌석 헤드룸 확보에 공을 들였다. 세단 수준은 아니지만 뒷좌석에 성인 2명이 불편하지 않게 앉을 수 있다. 성인 3명이 타면 불편하다.
편의성은 좋아졌다. 제휴 주유소 및 주차장에서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기아 페이',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 주변 상황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리모트 360도 뷰,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등을 적용했다.
건강을 챙겨주는 '힐링' 성능도 갖췄다. 차 내부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공기 청정 시스템,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터널이나 비청정 지역을 지날 때는 열린 창문을 알아서 닫아주고 내기 순환모드로 전환해주는 외부공기 유입방지 제어 기능을 장착했다.
![]() |
↑ [사진 제공=기아차] |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AWD도 채택했다. 최고출력은 304마력, 최대토크는 43kg.m, 연비(19인치 기준)는 10km/ℓ다. 2.5 가솔린 터보 모델 가격(개별소비세 인하 적용)은 플래티넘이 3853만원, 마스터즈가 4197만원이다.
D컷 스티어링휠은 스포츠카 성향을 눈으로 보여준다. 높이가 낮은 전자식 변속레버는 손에 꽉 찬다. 화질이 선명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눈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드라이빙 모드는 스포츠, 컴포트, 에코, 스마트, 커스텀 5가지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포장 상태가 좋지 않는 국도를 달릴 때는 노면소음과 바람소리가 실내로 들어온다. 정숙하지는 않지만 신경을 거슬리지 않는 수준은 아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지는 게 손으로 전달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바리톤 영역대의 굉음을 내며 컴포트 모드 때보다 반 박자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고속에서 가볍게 통통거리지 않고 무게감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질주 성능을 발휘한다.
고성능 모델답게 브레이크 성능도 뛰어나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차체는 순간 멈추지만 차체나 몸의 요동은 상대적으로 적다.
![]() |
↑ [사진 제공=기아차] |
자율주행 성능은 우수하다. 차로 유지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을 갖췄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운전자에게 떠넘기기 않고 알아서 차 스스로 속도와 거리를 제어하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움직인다.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안
스팅어 마이스터는 외모가 공격적이며 역동적이다. 멋지지만 까칠한 도시 남자 이미지다. 그러나 속은 자상하다. 운전자를 배려할 줄 안다. 반전 매력이다. 기존 스팅어보다 더 까칠하지만 더 자상해진 '외강내유' 퓨전 쿠페로 진화한 셈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