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 비어케이] |
맥주도 마찬가지다. 종이컵에 마시면 맥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맥주도 와인처럼 따르는 잔에 따라 느껴지는 풍미가 달라진다. 차이나는 글라스에 따라 '차이나는 클라스'를 경험할 수 있다.
'맥주 덕질'의 종착역은 맥주잔 선택에 있다는 말이 있다. 맥주와 찰떡궁합인 글라스를 알아야 맥주 고수로 인정받는다.
맥주를 전용 잔에 따라 마시는 이유는 거품과 풍미 2가지를 온전히 맛보기 위해서다. 잔에 따를 때 생기는 거품은 맥주 탄산과 향을 가둬두는 역할을 담당해 풍미를 극대화한다.
잔 모양은 맥주를 마실 때 향을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맥주 전문점에서 주문한 맥주와 함께 전용 잔을 함께 가져다주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황금빛 라거에는 파인트(Pint) 잔이 어울린다. 가장 기본형인 맥주 잔으로 위에서 하단까지 완만하게 좁아지는 밋밋한 형태다.
넓은 입구 덕에 한 번에 들이킬 수 있는 양이 많아 라거 특유의 깔끔하고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입구가 넓어 세척하기도 쉽다.
맥주 종류에 따라 잔을 마련할 수 없을 때는 파인트 잔을 선택하면 된다. 맥주 브랜드들도 맥주잔 마케팅을 펼칠 때 파인트를 기본처럼 사용한다.
파인트 잔은 맥주는 물론이고 탄산음료나 주스 등 다른 음료를 따라 마시기에도 좋은 멀티 플레이어다.
파인트 잔에 따라 마실 때는 눈으로도 마셔볼 수 있다. 무겁지 않고 탄산이 많은 라거인 칭따오 맥주를 파인트 잔에 넣어 마시면 잔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 황금 빛 컬러를 볼 수 있다. 입과 눈이 모두 즐거워진다.
밀맥주는 특유의 조밀한 거품을 모으고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도록 위쪽이 불룩한 '바이젠(Weizen)'에 따라 마신다. 상단에서 아랫부분까지 활처럼 휜 형태로 키가 큰 것이 특징이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닮았다.
밀맥주에 바이젠 잔이 어울리는 이유는 컵 아래 부분보다 윗부분이 더 넓은 글라스 디자인 때문이다. 맥주 향을 한데 모아 바로 코로 전달하며 거품을 상단에 오래 남아 있게 만들어 혀끝이 아니라 입안으로 밀맥주가 바로 들어오게 한다.
바이젠은 거품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밀맥주는 일반 맥주보다 단백질 성분이 많아 쫀쫀하고 부드러운 거품을 지니게 된다. 일반 맥주 거품은 잔 위로 평평하게 형성되지만 밀맥주 거품은 솜사탕처럼 둥글게 차오른다.
독일 밀맥주인 에딩거 헤페바이스비어는 봉긋한 맥주의 거품을 마케팅 포인트로 사용한다. 광고에서도 "에딩거는 절대 거품을 걷어내지 말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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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잔이 등장하기 전 사용했던 세라믹 머그다. 손잡이가 달려 손의 온도가 머그에 전달되지 않아 맥주의 시원한 온도를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에일의 한 종류인 IPA(인디안페일에일) 전용 잔은 상단을 받히는 밑동에 물결무늬가 있다. 이 무늬는 장식용이 아니다. 맥주를 마신 뒤 테이블에 내려놓을 때마다 거품이 오래 지속되게 도와주는 기포를 발생시킨다.
다른 잔에 비해 유리가 얇은 편이라 차가운 맥주를 따랐을 때 표면이 금방 차가워진다. 온도 유지 지속성이 강하고 탄산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려 IPA의 진한 향을 느낄 수 있다.
IPA 전용잔을 이용할 때는 와인을 마실 때처럼 잔을 살짝 기울여 남은 맥주를 천천히 돌려주는 스월링(Swirling)을 해보는 것도 좋다. 맥주 표면과 공기가 만나 향이 계속 살아난다.
향이 센 에일을 즐길 때는 바깥쪽으로 잔이 퍼진 튤립잔에 넣으면 향을 만끽할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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