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의 공세에 코로나19라는 이중고로 신음하는 대형마트가 이제는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을 만드는 전략으로 손님 모으기에 나섰다. 소고기와 양고기를 원하는 굽기 정도에 맞춰 구운 뒤 각종 채소와 함께 선보이면서 웬만한 스테이크 전문점 수준의 '한상 차림' 식사를 즐길 수 있는게 특징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잠실 소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은 최근 식재료와 요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육류 특화매장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를 전문 스테이크 매장으로 리뉴얼해 선보였다. 고객이 매장에 비치된 호주·미국산 소고기나 양고기 등 스테이크 제품을 고른 후 계산하면 조리비와 가니쉬용 채소값으로 일정 비용을 더 받고 매장에서 직원이 바로 구워주는 '정육 식당'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조리된 고기는 매장 옆 푸드코드에 비치된 테이블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단순 고기제품만 진열하고 요청하면 구운 뒤 일회용 접시에 담아주는 정도였던 기존과는 달리, 리뉴얼한 그로서란트 매장에는 샐러드바와 채소 판매 코너를 추가해 고객이 원하는 가니쉬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고기 굽기도 레어, 미디엄, 웰던 중 고를 수 있고, 그릴위에 일정시간 고기를 올려둬 골고루 육즙을 퍼뜨리고 식감도 개선하는 상온 숙성인 '레스팅' 기법도 적용하는 등 고기 질과 서비스 모두 외부 스테이크 전문점 급으로 맞췄다.
대신 가격은 확 낮췄다. 미국산 프라임 등급의 살치살은 1만9000원, 척아이롤은 1만4000원(각 300g) 등 고기 원물을 1만원대에 판매하는데, 여기에 채소와 조리비용 5000원을 추가하면 2만원 내외에 스테이크 1접시를 먹을 수 있다. 비슷한 무게의 스테이크 메뉴를 전문점에서 즐기려면 3만~4만원은 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50% 가량 저렴한 셈이다.
오픈 후 지금까지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달 중순경 매장을 낸 후 지금까지 보름간 이 매장 매출은 오픈 전보다 45% 이상 늘었다. 코로나19로 외식이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적이라는게 마트측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서초점, 양평점 등에서 운영하는 다른 그로서란트 매장 9곳도 월드타워점처럼 한상차림을 내는 레스토랑으로 순차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축산물을 파는 곳을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수산물 취급 점포는 생선구이 정식을 내는 백반집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단순히 원재료를 파는 것을 넘어 자체 식당까
지 만드는 것은 온라인이 제공하지 못할 '경험'을 무기로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도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는 올해 초 조직 개편으로 밀(Meal, 식사) 혁신 부문을 대표 직속 조직으로 신설하고 전문 셰프와 식품연구원 등이 모인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를 만들었다.
[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