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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중독에 대해 찾아보고 정신과 전문의에게 문의해 봐도 명확한 진단 근거를 찾기 어렵다. 알코올 중독증 같은 경우 자가진단 테스트 법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운동중독의 경우 다른 중독증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심리적, 육체적 의존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로 보는 견해가 많다.
◆ 현재 통용되는 운동중독의 개념
삼성 서울병원에서 제공하는 건강상식에는 운동중독이란 자신의 운동능력보다 과한 운동을 지속하려는 행동이라고 나온다.
분당 120회 정도의 심박수로 30분 이상 운동하면 뇌에서 엔도르핀을 방출하는데 이것은 우리 몸에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이때 발생하는 기분 좋은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체력적인 고갈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친 강도의 운동을 계속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상담학 사전'(김춘경, 이수연, 이윤주, 정종진, 최웅용, 2016)에서는 운동에 대한 관심과 실행이 습관에서 의무로 강화돼 결국 중독 상태에 이르러 운동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며, 운동을 중단한 후 24~36시간이 흐른 뒤에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심리적이고 생리적인 의존현상이라고 규정한다.
두 정의를 요약해보면 운동으로 분비되는 엔도르핀(마약) 효과로 야기되는 금단증상과 심리적, 생리적인 의존현상이 심해져 운동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몸을 혹사시키는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운동중독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정말 엔도르핀 맛을 느끼고 싶어서 지금 운동을 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이 생길 수도 있다.
◆ 운동중독은 엔도르핀 중독?
정말로 러너 혹은 헬스 보이들은 내인성 엔도르핀이 주는 만족감을 맛보기 위해 밤낮으로 운동에 심취하는 것일까? 운동중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방송인 김종국처럼 매일 헬스장을 찾아야 하루가 완성되는 것일까?
과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중독 실험을 실행했다. 쳇바퀴를 옆에 두고 먹이를 하루에 한 시간만 줬다. 그런데 쥐는 쳇바퀴를 굴리는 데만 몰두했고, 먹이를 제대로 섭취하지 않았다. 결국 며칠 동안 매일 10킬로 정도를 뛰더니 죽고 말았다. 모르핀에 중독된 것처럼 운동에 중독돼 열량을 섭취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실험이 한 가지 더 있다. 이번에는 같은 조건에서 쥐를 쳇바퀴가 아닌 트레드밀 위에서 뛰게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끊임없이 달리지 않고 먹이활동도 제대로 하는 것이다. 트레드밀에서는 운동중독에 걸리지 않았다. 쥐가 중독된 것은 운동이 아니라 쳇바퀴의 바큇살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실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운동중독이 단지 내인성 엔도르핀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또 운동할 때마다 반드시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러너나 헬스 보이들은 엔도르핀에 중독돼 운동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중독처럼 매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건강상의 약점을 운동이 보완하고 회복시켜주고 있거나, 운동이 주는 행복감과 몰입감이 자신의 삶을 바꾸어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중독증을 유발하는 쾌락적 감각보다는 다른 대승적인 목적이나 목표가 있기에 운동을 지속한다.
◆ '중독'이라는 말을 두려워하지 말자
운동중독을 위험하다고 보는 사람들의 근거는 운동이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탐닉하다가 근 골격계의 손상과 심장마비까지 발생한다고 판단하는 데 있다.
하지만 엔도르핀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지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신체이형장애(자신의 용모에 이상이 있다고 보는 편견)를 가진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서 신경성 섭식장애가 동반될 때 문제가 된다. 이러한 위험성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
오히려 운동에 의존하는 증상은 다른 중독증보다 가장 '건강한 형태의 중독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중독증상의 치료에 사용하는 게 운동이기 때문이다.
뉴욕 오디세이 하우스에서는 마약 입소자들에게 달리기 프로그램을 시행해 마약 중독자를 운동 중독자로 변모시키고 있다.
단 10분간의 운동일지라도 알코올 중독자들에게는 음주 욕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도파민 양을 늘려주며 금단증상으로 오는 불안감을 없애준다.
중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좋은 습관에 중독된다는 것은 오히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다만 운동이 과했을 때 닥칠 수 있는 과사용 증후군이 있다. 이것은 나중에 언급할 달리기 부상에 대한 이해도만 높이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문제다.
운동중독이란 호칭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달리기로 좋아지는 삶의 질과 행복의 무게에 더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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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혁우(정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 남정형외과 원장) |
아이스하키,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 / 정리 =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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