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속 잠든 5만원권 115조원…전체 발행액 절반 달해

2009년 첫 발행 이후 12년간 시중에 풀린 5만원권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계·기업의 금고나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5만원권 발행 및 환수 현황'에 따르면 2009년 5만원권이 처음 등장한 이래 올해 7월까지 누적 발행액은 총 227조9801억원이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된 이후 한은 금고에 돌아온 금액을 의미하는 '환수액'은 112조423억원(49.1%)에 불과했다. 다른 선진국의 최고 액면화 화폐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환수율이다. 나머지 115조9378억원(50.9%)은 가계·기업·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이 거래나 예비 목적 등으로 보유하는 이른바 '화폐발행 잔액'이다.
제대로 돌지 않고 한 곳에 묶여 잠자고 있는 화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한은에 따르면 미국 최고액권 화폐인 100달러의 환수율은 지난해 77.6% 등 70%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로존 최고액권 화폐인 500유로의 환수율은 90%를 넘는다.
특히 올해 들어 7월까지 환수율이 31.1%(환수액 4조7602억원, 발행액 15조3036억원)를 기록했다. 환수율 25.8%를 기록한 2014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같은 기간(1~7월)과 비교해 올해 발행액은 최대인 반면, 환수액은 최소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발행된 3억600만장의 5만원권 가운데 9500만장이 잠자고 있는 것을 두고 코로나19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을 쌓아두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부동산 다운계약 등 음성적 거래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이 단순히 현금보유 성향의 증가 때문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세청도 이같은 문제 의식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 문제를 지적하자 김대지 국세청장은 "고액화폐 수요 증가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정보분석원의 여러 분석 자료, 현금 영수증 등의 정보 수집을 강화해 현금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