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그룹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아졌지만, 공익법인이나 해외계열사 등을 통한 '우회 출자'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3%대 적은 지분을 쥐고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것에 더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한 사각지대 회사도 지난해 보다 12곳 늘어났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64개 공시대상인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5월 1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64개 기업집단, 소속사 2292개사가 대상이다. 공정위 분석 결과, 64개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7.6%로 지난해 대비 1%포인트 감소했다. 내부지분율이 낮은 기업집단 5곳이 신규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내부지분율은 총수와 친족, 임원,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등 총수 관련자들이 보유한 주식가액의 비중을 말한다. 통상 내부지분율이 높을수록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높은 것으로 본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전체를 장악하는 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55개 집단 내부지분율은 57%로 0.5%포인트 줄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3.6%, 계열사의 지분율이 50.7%로 전년 대비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씩 하락했다. 총수 있는 상위 10개 집단의 총수의 내부지분율은 0.9%, 총수 일가 전체로 봐도 2.4%에 불과했다.
공익법인·해외계열사·금융보험사 등을 활용한 우회적 계열 출자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공익법인이 출자한 계열사는 124개에서 128개, 해외계열사가 출자한 국내 계열회사는 47개에서 51개로 늘었다.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 계열회사는 41개에서 53개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우회출자를 활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소지가 크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는 대기업집단 계열사 가운데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에 적용한다. 올해 규제 대상 회사는 50개 집단 210개사로 전년 대비 9곳 감소했다.
반면 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51개 집단 388곳으로 전년 대비 12곳 증가했다. 통상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 30% 미만으로 30%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밟지 않은 상장사, 사익편취규제 대상인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사각지대 상장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등이 사각지대로 꼽힌다.
이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29%에서 30%미만 구간에 해당하는 상장사는 5곳이었다. 현대글로비스, 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 5곳이 포함됐다. 특히 LG는 사익편취 규제를 받던 총수 일가 소유 상장사 (주)LG의 지분율을 31.9%에서 2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자동차(4개), SM(5개), 태광(2개), KG(10개) 등 4개 집단이 21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7개가 늘어난 것으로 올해 신규지정된 KG가 수치를 끌어올렸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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