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실버 고스트 [사진 출처 = 롤스로이스] |
롤스로이스는 팬텀(Phantom), 고스트(Ghost), 레이스(Wraith)에서 알 수 있듯이 유독 유령을 차명으로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다.
유령은 럭셔리카 이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두려움, 공포, 어둠을 상징해 맑고 밝고 온화한 이미지를 줘야 하는 럭셔리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롤스로이스 역사를 보면 유령을 차명으로 사용한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롤스로이스는 귀족 집안 출신인 찰스 롤스와 가난한 제분업자의 아들인 헨리 로이스가 의기투합해 1906년 세운 자동차회사다. 첫 차는 실버 고스트(Silver Ghost). 1906년부터 1925년까지 생산된 이 차는 롤스로이스의 명성을 쌓게 해줬다.
![]() |
↑ 팬텀 [사진 출처 = 롤스로이스] |
소리없이 다가오는 유령같다고 해서 '고스트'가 차명으로 채택됐다. 은빛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입히고 은빛 페인트를 칠해 차명에 '실버'가 추가됐다.
그러나 롤스는 실버 고스트의 명성이 나날이 높아가던 1910년 비행기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됐다. 로이스도 롤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데다 피로가 누적돼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요양 생활을 했다.
롤스로이스는 롤스와 로이스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도 '유령'을 테마로 삼은 차명에 애착을 가졌다.
실버 고스트 이후 유령 차명은 팬텀으로 이어졌다. 롤스 및 로이스와 함께 롤스로이스의 영광을 누렸던 은빛 유령은 85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슬러 2009년 전혀 다른 모습의 '고스트'로 부활했다.
![]() |
↑ 레이스 [사진 출처 = 롤스로이스] |
팬텀, 고스트, 레이스와 달리 유령을 차명에 사용하지 않은 롤스로이스 모델도 있다. 4인승 오픈 톱 모델인 던(Dawn)이다. 던은 새벽, 여명을 뜻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이 트는 새벽처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매력을 지닌 오픈카다.
지붕을 열고 즐기는 밝은 느낌의 오픈카에 유령 이름을 가져다 붙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기존과 다른 작명법을 적용했다.
아울러 나이든 재력가가 롤스로이스 주요 소비자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보다 젊고 밝은 이미지를 지닌 차명을 사용했다.
롤스로이스 최초의 SUV인 컬리넌Cullinan)도 유령에서 탈출했다. 차명은 1905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세계 최대 크기 다이아몬드 '컬리넌'에서 가져왔다. 럭셔리 SUV의 '끝판왕'이라는 자존심이 담겨 있다.
따지고 보면 던은 유령처럼 '환상'과 '몽환'이라는 이미지를 지녔고, 컬리넌은 아무나 소유할 수 없고 꿈에서나 가질 수 있다는 뜻을 지녀 '유령 작명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 |
↑ 신형 고스트 [사진 출처 = 롤스로이스] |
신형 고스트의 개발 본질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은 4부작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 '고요함을 위한 공식(Formula for Serenity)'에는 고요함과 정숙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층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롤스로이스 음향 전문가들의 노력을 담았다.
신형 고스트 음향 팀은 완벽한 정숙성을 갖추기 위해 강철(Steel)보다 방음력이 좋은 알루미늄 소재의 스페이스 프레임 아키텍쳐를 적용했다.
6.75리터의 V12 엔진에서 나오는 소음을 더욱 완벽하게 차단하게 위해 차체는 이중으로 구성됐으며 지붕과 트렁크, 바닥 내 빈 공간은 100kg이 넘는 방음 소재로 채웠다.
창문은 이중 유리로 제작됐다. 타이어는 소음을 흡수하는 가벼운 폼(Foam) 소재가 적용됐다.
신형 고스트 음향 팀은 소음 테스트 초기 단계에서 소리를 완벽하게 없애는 것이 오히려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속삭이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