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서비스센터 직원이 침수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매경DB] |
우려가 현실이 됐다. 50일 넘게 계속된 장마로 침수차가 사실상 1만대 넘게 발생했다.
덩달아 침수 사실을 감춘 '침수 전과·흔적 세탁차'가 9월부터 중고차시장에 본격적으로 흘러들어와 '중고차 카오스(혼돈)'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까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및 차량 낙하물 피해 접수 건수는 총 7113건, 추정 손해액은 711억원에 달한다.
집중호우로 발생한 차량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 가입자들만 손보사에 접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침수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올해 1분기 자차보험 가입률은 71.5%다.
단순 산정하면 침수차 10대 중 3대는 손보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정도만으로도 1만대 가까이 된다.
10일 이전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 보험사에 피해 접수되지 않은 차도 많고 10일 오전 9시 이후에도 침수차가 계속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만대 돌파는 기정사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차보험에 가입했지만 '침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보상받지 못한 차, 선루프나 창문을 열어뒀다가 발생한 침수 피해 등 가입자 과실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차는 물론 '침수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차주가 '자의든 타의든' 자비로 수리하려는 차 등을 감안하면 1만대를 훨씬 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침수차 [사진 = 매경DB] |
손해액으로는 2011년 집중호우태풍 매미(911억)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10일 오전 9시 이후에도 집중호우 피해가 이어졌고, 아직 피해 접수를 하지 않은 차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손해액 기준으로 가장 큰 피해는 기정사실이라고 손보업계는 우려한다.
침수차는 단순히 차주와 손보사에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침수차가 중고차시장에 몰래 흘러들어와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고차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속·전기장치로 구성된 자동차는 물과 상극이어서 '물 먹은' 뒤에는 고장을 잘 일으키기 때문에 중고차로 처리하거나 폐차하는 소유자들이 많다.
침수차는 침수 즉시 중고차로 판매되지 않는다. 한두달 지난 뒤부터 중고차시장에 유입된다. 침수차를 수리하거나 흔적을 없애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비업계는 침수차 수리가 까다롭다고 말한다. 범퍼·도어 파손과 같은 일반적인 수리와 달리 '속'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악취도 제거해야 하기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침수 피해를 입은 뒤 한두달 뒤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이유다.
침수차를 몰래 유통시키려는 악덕 호객꾼들은 중고차 수요가 많은 성수기를 노리기도 한다. 성수기에는 중고차 가격이 비싸고 인기 매물은 상대적으로 매입 경쟁이 치열해 침수차를 몰래 팔기 좋아서다. 여름 이후 중고차 성수기는 9~10월이다.
↑ 물에 잠겨 실내가 오염된 침수차 [사진 = 매경DB] |
침수차 사실을 속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상받지 못한 침수차는 정비업체를 통해 침수 흔적을 없앤다. 소유자나 번호판을 여러 번 바꿔 침수 사실을 숨기려는 '침수차 세탁'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침수 피해를 보험으로 보상받은 차량들도 중고차시장에 나온다. 고장이나 악취에 민감한 소유자들은 보험으로 보상받은 뒤 중고차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침수차 수리비용이 보험사가 정한 가치를 초과하거나 수리를 하더라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없어 '전손 보험사고' 처리된 차량은 보험사가 인수한 뒤 폐차 과정을 밟는다. 일부는 공개매각 방식으로 판매된다.
손보사 손을 떠난 이들 차량은 폐차되거나 중고 부품 공급용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일부는 중고차시장에 몰래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로 기능에 문제가 생겼지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침수차 부품도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침수차를 속아 사지 않으려면 침수차 흔적을 찾아내야 한다. 침수차 흔적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안전벨트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감아보면 끝부분에 흙이나 오염물질이 묻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안전벨트만으로는 침수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침수차를 속여 파는 악덕 딜러나 정비업자 대부분은 안전벨트를 새 상품으로 교체한다.
또 침수차 흔적이 되는 실내 악취나 금속 부위 녹 등 눈에 보이는 침수 흔적을 없애 자동차 전문가가 시간을 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무당 침수차 구별법'이 될 수 있다. 악덕 딜러들도 이같은 선무당 침수차 상식을 악용한다.
안전벨트가 깨끗하다, 녹이 없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물 흔적이 없다 등의 말로 침수차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인다.
↑ 자동차민원대국민포털 사이트 |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호객꾼이 아닌 종사자증을 정상 발급받은 중고차 딜러가 일부러 침수차를 속여 파는 사례는 드물다"며 "침수됐지만 전과가 없는 차를 모르고 팔았다가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고 중고차 신뢰도도 떨어져 거래가 더 위축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가 침수차를 가려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방법은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카히스토리에 접속하면 침수차 조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즉시 침수차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자동차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자차보험에 가입했지만 침수 피해를 자비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과'를 남기지 않는 차들을 걸러낼 수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카히스토리와 함께 사용하면 침수차 구입 피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예방할 방법이 있다. 어렵지도 않다.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바꾸는 '침수차 세탁'은 차량번호로 파악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www.ecar.go.kr)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 자동차365 사이트 |
매물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직접 차량을 매입해 상품화를 거쳐 판매하고 품질을 보증해주고 환불까지 해주는 중고차 기업이나 국산·수입 인증 중고차 브랜드를 이용하면 침수차 구입 피해를 차단할 수 있다.
현재 케이카, 현대캐피탈 인증중고차, BMW·벤츠·렉서스·볼보·포르쉐·재규어랜드로버 등이 품질을 책임지는 직영·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엔카닷컴과 같은 보증·환불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 유통 플랫폼에서 품질을 보증해주는 중고차를 구입해도 침수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품질 보증 기간은 3개월 이상 선택해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상대방의 허가를 받아 특약사항에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두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임기상 자동차1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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