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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비어케이] |
조선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직이 지은 시조다. 시조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부터 검은색(흑색)은 부정적인 뜻을 지녔다. 한국은 물론 동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색채 심리학에서도 검정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색으로 무거움, 두려움, 암흑, 공포, 죽음 등을 상징한다. 부정적이다.
오감 중 후각이나 청각보다 시각에 더 의존했기에 어둠에 약했던 인류의 두려움이 유전된 영향일 수도 있다.
반면 고급, 권위, 보호, 신비 등의 이미지도 지녀 패션·인테리어·자동차 분야에서는 품격을 높여주는 색채로 사용한다.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제네시스 G90, 현대차 그랜저 등 품격과 품위를 중시하는 고급 세단이 주로 블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정은 음식에서는 금기 대상이다. 파랑과 함께 식욕을 감퇴시키기 때문이다. 쓴맛과 부패한 느낌을 줘 입맛을 잃게 만든다. 실제 숯불에 검게 타거나 그을린 고기에서 쓴맛이 난다. 자장면, 먹물 파스타, 블랙커피처럼 검정을 사용하는 음식도 있지만 드물다.
검은색이 감도는 흑맥주도 쓴맛이 강한 것처럼 오해받는다. 쓴 술은 독한 술로 여겨지기에 흑맥주는 국내 맥주시장을 주도하는 '라거'보다 독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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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디아지오코리아] |
높은 온도에서 볶아 어두워진 맥아를 많이 사용할수록 완성된 맥주 색상이 검은색에 가까워진다. 같은 흑맥주더라도 갈색, 고동색, 검은 색의 빛깔 차이가 난다.
흑맥주라고 무조건 알코올 도수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색깔과 알코올 도수는 상관없어서다.
알코올 도수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가 들어가는 양에 따라 결정된다. 맥아를 많이 사용하면 도수가 높아진다. 가장 대중적인 흑맥주인 기네스의 도수는 4.2%로 칭따오 라거 맥주 4.7%보다 낮다.
물론 도수가 높은 흑맥주도 있다. 맥주 종주국 독일 출신인 에딩거의 둔켈은 5.3%이고, 러시아의 올드라스푸틴은 9%에 이른다.
흑맥주 종류에는 둔켈(Dunkel), 포터(Porter), 스타우트(Stout) 등이 있다. 독일어로 '어두운'이란 뜻을 가진 둔켈은 라거 맥주처럼 발효가 끝나면서 가라앉는 효모를 이용하는 '하면발효'로 제조한다. 포터와 스타우트는 에일 맥주처럼 맥주통 위쪽에서 효모를 발효시키는 '상면발효'로 만든다.
포터는 영국버전으로서 짐꾼(포터)들이 일을 끝마친 후 마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 설이 있다. 포터가 아일랜드로 건너가 더 묵직하고 씁쓸한 스타우트 스타일이 탄생했다. 스타우트는 '굳세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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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비어케이] |
다크 몰트를 사용해 묵직한 바디감으로 풍부한 맛을 낸다. 밀과 맥아의 황금비율로 한 모금 마셨을 때 할러타우 홉의 향에 이어 캐러멜·견과류·갓 구운 빵의 풍미가 복합적 따라온다. 샴페인처럼 병입한 뒤 2차 발효를 해 천연탄산 고유의 부드러운 목넘김을 느낄 수 있다.
풍성한 거품을 혀끝으로 먼저 맛보는 게 음용 팁이다. 흑맥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흑맥주 도전용으로 괜찮다. 330ml(병)와 500ml(캔) 2가지 타입이 있다. 알코올 도수는 5.3%이다.
양 꼬치에 주로 먹는 맥주로 알려진 칭따오에도 스타우트가 있다. 칭따오 스타우트는 미국에서 열린 '월드 비어챔피언십 2018'에서 금상을 받았다.
맥주용으로 위해 특별 재배한 홉과 일반·블랙·캐러멜 3가지 맥아를 블렌딩해 만든다. 중국에서 물맛 좋기로 유명한 라오샨 지역의 광천수를 사용해 진한 맛에 깔끔함을 더했다. 330ml(병)와 500ml(캔) 2가지 타입으로 판매된다. 알코올 도수는 4.8%다.
흑맥주는 처음엔 쓰지만 점
그러나 어느새 쓴 맛이 아니라 쌉싸름한 맛과 부드러움에 조금씩 중독되기 시작한다. (도움말=비어케이, 디아지오코리아)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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