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에 저임금 일자리를 구한 신규 노동자는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여전히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미국 대학교수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역시 사회초년기에 경기가 나빠 취업을 못하면 나이가 든 뒤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린 청년 세대들이 향후에도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5일 한국은행이 소개한 제시 로드스타인(Jesse Rothstein) UC버클리 교수의 최근 논문 '잃어버린 세대? 대침체 이후 노동시장 참가자의 성과(The Lost Generation? Labor Market Outcomes for Post Great Recession Entrants)'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실업률이 1%포인트 오를 경우 그 해에 취업한 신규 대졸 노동자는 실업률이 오르지 않았을 때보다 향후 10년간 0.1~1.1%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직후인 22~23살에 임금이 1.1% 적고 24~25살에 1%, 26~29살, 30~31살에 각각 0.4%, 0.1% 적어 임금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드스타인 교수는 논문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경기가 나쁘면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것이 내 연구의 결론"이라며 "취업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 발생한 임금 감소의 영향을 없애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실업률이 상승한 시기에 취업하는 많은 사람이 불가피하게 하향 취업을 택하고, 이 경우 향후 커리어 형성에도 지장이 생기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도 임금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침체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노동자의 성과가 중장기적으로도 낮게 유지되는 상흔효과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초년기에 제한된 취업기회가 이후 시기에 악영향을 끼치는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난다. 한은의 '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9세 청년기에 실업률이 1%포인트 오르면 이들이 30~34세가 됐을 때 실업률은 0.146%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35~39세 때는 0.035%포인트, 40~44세와 45~49세 때는 0.019%포인트, 0.005%포인트가 각각 오르는 것으로 나타나 40대 후반까지 청년실업의 후유증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급등과 일률적 노동시간 규제로 경직된 노동시장에 코로나19 위기가 겹치면서 한국의 청년실업은 크게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7%, 고용률은 42.2%로 1년 전보다 각각 1.4%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은 10.2%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취업 준비기간도 길어 청년이 졸업이나 중퇴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기간은 고졸 이하
코로나19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청년실업 방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청년실업이 악화될 위험이 크다"며 "직업훈련 등 적극적 노동정책을 확대하고 노동시장을 경직시킨 고용보호법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