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긴 장마에 에어컨 판매가 부진을 겪으며 가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4일 전자업계와 가전 유통매장에 따르면 6월 들어 증가했던 에어컨 판매가 7월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표 가전회사들은 올해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에어컨 생산 공장을 풀가동하는 등 판매 증가에 대비했다.
특히 6월에는 일찌감치 찾아온 불볕더위 덕에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에어컨 판매에 가속도가 실제 붙기도 했다. 그러나 중부지방의 장마가 이달 13일까지, 역대 최장인 51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선 "올해 에어컨 장사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위니아딤채 등 주요 에어컨 제조업체의 지난달 판매 실적은 작년 7월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올해 6월 실적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 양판점도 에어컨 판매가 부진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7월 에어컨 판매량이 6월 판매량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판매가 몰리는 시기"라며 "하지만 올해 7월이 유독 덥지도 않고 집중 호우를 동반한 유례없이 긴 장마가 이어지며 에어컨 판매가 매우 부진하다"고 말했다.
인기 모델의 경우 최소 2주 이상 대기가 있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에어컨 재고 처리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해도 에어컨 판매 기간이 짧고, 신제품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은 내년으로 구입을 미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판매가 늘어난 제품도 있다. 제습기를 비롯한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제습가전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일주일간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이들 제습가전 3종의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50
삼성전자에 따르면 그랑데 건조기의 경우 지난 한달간 전체 판매 실적이 작년 7월보다 40%, 올해 6월에 비해선 20%가량 증가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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