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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에역대급 장마로 국내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도매가격이 최고 2~3배씩 오르며 요동치고 있다. 농가들의 피해 복구 작업이 더뎌질 경우 추석 식탁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농협 하나로마트 경기 연천점에 야채들이 진열돼 있다. [한주형 기자] |
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이날 새벽 거래된 주요 채소류들의 도매가격 대부분이 직전 주인 7월 27일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주간 흡사 열대지방 '우기'를 연상케하는 긴 장마로 출하량이 큰폭으로 감소하고 상품질이 대체적으로 저하된 탓이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엽채소인 '비타민'이다. 한 상자(2kg)가 2만6454원에 거래됐는데, 전주 대비 무려 3.7배나 오른 가격이다. 배추얼갈이 한 상자(4kg)는 일주일만에 2.6배 상승한 1만6496원에 거래됐다. 청경채 한 상자 가격도 2.3배나 올랐다.
가락시장에서 근무하는 한 경매사는 "하우스가 물에 잠기거나 비 피해를 크게 입으신 농민들이 많아 수확량 자체가 줄고 시세가 오르고 있다"며 "당장 비 피해를 입지 않은 농가라 해도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썩어 산지에서 폐기처분하는 채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복구가 이뤄질 때까지 앞으로 두달 정도는 시세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추석 물가에도 충분히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배추 가격의 상승은 다가오는 늦가을 '김장' 물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년보다 배추 출하량이 줄어든데다 장마로 인한 병해 확대까지 겹친다면 '금배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엽근채소팀장은 "장마가 길어지면 배추 부분은 병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병해 때문에 가격 오를 여지가 높다"면서 "배추는 올해 8월 출하량이 장마와 관계없이 예년보다 감소한 상황인데, 이미 줄어든 출하량에 장마가 길어지면 (가격변동에) 영향을 더 크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식탁에 비교적 자주 오르는 채소인 애호박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 애호박은 비가 많이 오면 '수정'이 되질 않아 낙과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문에 장마는 애호박의 천적이라 불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애호박 한 상자(20개) 도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81.8% 오른 2만5920원에 거래됐다.
과일류도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3일 기준 사과 부사 한 상자(10kg)의 도매가격은 7만1000원으로 전주 대비 66% 상승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복숭아 월미 한 상자(10kg)는 2만9000원으로 전주보다 33%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윤종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관측팀장은 "비가 많이 내리면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과일류 작황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수박, 참외 등은 시설 재배가 대부분이라 외부 환경에 상대적으로 강한 반면 복숭아와 배는 올해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감소한 데다 지난 4월 냉해 피해를 입어 단위당 수확량이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출하물량 감소로 상(上)품의 도매가격은 상승하고, 날씨 영향에 품질이 더 떨어진 중·하품 가격은 하락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마 직후 예고되는 불볕더위도 과일 가격을 끌어올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뙤약볕이 내리 쬐면 과피가 얼룩지거나 병해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갖은 이유로 수확량이 줄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한편 수산물 수급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폭우로 남해지역 양식장 바닷물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서 바지락과 홍어 등 수산물이 별도의 검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품질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상품 수급에까지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농산물의 경우 산지와 사전에 일괄 계약을 통해 적정량의 물량을 확보하는 만큼 이번 폭우가 당장 소매가 변동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밭이 유실되는 등 산지의 비 피해가 커지면서 향후 가격 변동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7월 말부터 장마비
[김효혜 기자 / 박대의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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