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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형 모델 `투싼ix Fuel Cell` [사진 출처 = 현대차] |
19세기 자동차가 발명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동물이나 사람을 대신할 동력을 찾는 것이었다. 이 때 전기가 기름보다 더 먼저 주목받았던 동력원이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만들기도 쉽고 조작도 쉬워 상용화도 더 빨랐다. 영국의 토마스 파커가 개발한 전기차는 1886년 판매를 시작했다. 가솔린차가 판매되기 5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고, 충전에 긴 시간이 걸리며, 멀리 이동할 수 없다는 뚜렷한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가솔린차는 상품성을 점차 강화해갔다. 1920년대 잇따른 원유 발견으로 유가가 하락하고, 미국의 헨리 포드가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서 생산 단가도 대폭 감소했다.
전기차는 결국 100년 넘게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가 2000년대 들어 '차트 역주행'을 하듯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 전기차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따져보면 19세기 등장한 전기차의 '100년 대계' 결과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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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차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가격?성능?디자인 등 기존의 가치와 더불어 `환경`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 출처 = HMG 저널] |
20세기 후반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화석 연료가 고갈되면서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연료전지, 리튬이온전지 등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이를 뒷받침했다. 2009년 일본의 미쓰비시가 양산형 전기차인 '아이미브(i-MiEV)'를 양산했다. 2013년에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인 '투싼ix Fuel Cell'을 출시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각국의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친환경차 판매량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2020 전기차 전망(Electric Vehicle Outlook 2020)'을 통해 2015년 45만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이 2019년 210만대로 늘었으며 2025년에는 850만대, 2030년에는 2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11만219대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전기차는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매연도 발생하지 않는다. 유지비도 적게 든다. 겉으로는 장점뿐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충전소 등 운행에 필수적인 시설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구매 보조금과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점차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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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캐피탈이 참여한 제주도 내 우체국 택배 차량 교체 사업에는 현대자동차의 `포터Ⅱ 일렉트릭` 모델 기반의 차량이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현대차] |
자동차 판매는 금융이 결정한다. 자동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현금이 아닌 할부와 리스 등 목돈 부담을 줄여주는 금융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은 친환경차의 운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친환경차 보급초기부터 이와 관련된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2012년 현대캐피탈은 업계 최초로 친환경차 전용 리스 상품을 개발하고 중고차 가격 보장서비스를 선보였다.
초기 금액 부담이 크고 중고 판매 시 잔가(미래 시점의 중고차 가격)를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이 친환경차 구매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교체하기를 원하는 운전자들을 위한 특별한 금융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제주도청과 현대차?기아차, 충전기 업체인 차지비 및 에스트래픽과 손잡고 '제주도민 대상 전기차 교체 프로그램(이하 전기차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 상 차량을 육지로 내다 팔 때 많은 탁송료가 발생한다. 때문에 중고차 시장이 도내로 한정돼 내연기관차를 팔고 전기차를 사려면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전기차 교체 프로그램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차량 매매 시 수수료 할인, 전기차 구매 시 금융 혜택, 보조금 추가 지원, 충전기 무료 제공 등의 혜택으로 친환경차 마련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금융, 친환경 모빌리티를 구축하다
현대캐피탈은 일반적인 자동차 금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친환경 모빌리티 생활을 구축하는 금융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공공부문에서 친환경차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서비스에 친환경차를 활용하면 친환경 모빌리티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친환경차 시대가 더 빨리 도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현대캐피탈은 제주도 내 우체국 택배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우체국물류지원단, 현대차, 그리고 충전기 제조사인 '대영채비'와 체결한 업무협약을 통해서다.
이 사업에서 현대캐피탈은 친환경차 리스와 유지?관리 등 차량 운영에 필요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우정사업본부에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공급하는 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중소상공인들에게 초소형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업무 협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융, 전기차 생태계의 미래를 만든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 되면 자동차가 파생시키는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들도 주목받게 된다.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충전기와 관련된 사업이다.
친환경차는 배터리가 차량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배터리 수명이 충분히 늘어나면 배터리만 거래하는 중고?렌탈 시장이 활성화된다. 마치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이동식 충전기 사업도 발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국내 스타트업 에바(EVAR)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이동식 키트를 선보였다. 전력망에 정보기술(IT)를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시대에도 전기차의 역할이 기대된다.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인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주차 중 유휴 전력을 활용하는 개념인 V
이처럼 다양한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미래 전기차 시대에서 자동차 금융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은 전기차 생태계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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