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파국을 맞으면서 저가항공사(LCC) 업계에 '도미노 파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LCC업계들이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둘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당사자의 자체 해결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체간 합종연횡을 통한 항공업계 재편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를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공시 후 낸 입장자료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공식 포기함에 따라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근거지로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M&A 불발에 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밟을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파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스타항공 측에 "플랜B를 조속히 검토·추진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 외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플랜B 추진 상황을 살펴보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이스타항공 지원에 소극적이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가 금융지원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태여서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LCC를 대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정책금융 프로그램인 유동화회사보증(P-CBO)도 이스타항공에 대해서는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CC 업계에서는 제2, 제3의 이스타항공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항공 수요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정부의 추가 지원은 커녕 고용유지 지원금 등 기존 지원마저 끊길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LCC들의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한층 악화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의 영업손실은 1분기 657억원에서 2분기 846억원으로 3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 주자 진에어의 2분기 진에어의 영업손실 규모는 1분기(313억원) 대비 2배가 넘는 634억원으로 추정되며,
LCC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을 경우 대부분 업체들이 당장 생존의 위협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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