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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다스 매장 전경 |
대리점주 입장에서의 사연은 이렇다. 아디다스코리아와 26년간 갑을 관계를 이어온 이태원스포츠는 2019년 10월 폐업을 해야 했다. 아디다스 코리아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 쾌재를 불렀던 2016년 당시 이태원스포츠는 악성 재고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눈물의 땡처리로 재고를 털며 몇 년을 버텼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권재 이태원스포츠 사장은 "폐업 당시, 아디다스코리아에 못 낸 상품 대금과 그 상품 대금 연체로 인한 이자 등으로 생긴 빚이 90억원 가량이었다"며 "폐점 후 보증금이며 가지고 있는 건물까지 팔아 70억원을 갚았지만 여전히 20억원의 빚을 더 지고 있는 처지"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폐업할 당시 이미 많은 아디다스와 리복 매장들을 정리하고, 남은 매장 11여 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아디다스와 리복 대리점을 운영하며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아디다스코리아에서 목숨 줄을 쥔 채 행한 '갑질'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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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디다스코리아와 대리점들의 상품 거래는 위탁 판매가 아닌 사입제로 정해져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상향된 수주액을 미리 정한 아디다스코리아는 대리점주들에게 수주액에 맞춰 물건을 구매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신 사장은 1년에 2번 아디다스코리아로부터 수주를 했는데, 이 수주액의 10~30%가량이 강제수주 물량이었다. 패키지 상품(끼워 팔기), 올로케이션(대리점 할당상품), 필수상품 등이 강제 수주 물량에 해당된다. 여기에 추가수주(스팟수주) 상품까지 전체 수주 물량에 가중되면서 대리점들은 재고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
이태원스포츠에 따르면 2018년 아디다스코리아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약 400억원 가량인데 이 중 14.5% 가량인 58억원 가량이 강제 수주 한 물량이라고 신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원래 추가수주라는 건 이미 수주한 제품 중 인기가 많은 상품을 추가로 공급 받는 것인데 아디다스코리아는 처음부터 해당 인기 상품을 추가수주 품목에만 넣어놨다"며 "대리점들은 아디다스코리아 측이 원하는 강압 필수 아이템들을 사들이느라 정작 대리점 매출에 도움이 되는 인기 상품들은 사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추가 수주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 사장은 이 같은 강제수주 물량에 대해 할인을 하든, 온라인 판매에 나서든 재고 소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이는 다른 대리점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디다스코리아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하면 불이익이 생길 수 있음을 대리점주들에게 통보했다.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율이라는 것도 대리점에서 정할 수 없게 했다고 신 사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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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복매장 전경 |
신 사장은 "반품과 리콜의 기준이 항상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누가 봐도 하자 상품인데 아디다스코리아 측에선 반품을 거부했다"며 "가령 아동 신발의 경우 160 사이즈의 신발이 170 사이즈의 신발보다 크게 발매됐지만 160 사이즈가 170 사이즈보다 큰 것은 정상이라고 판단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디다스코리아는 대리점들로 부터 받은 페널티 반품을 금액으로 돌려주는 대신 리프레쉬 제품(대리점이 수주한 제품 외 본사에서 공급해주는 제품)이라는 이름으로 반품 금액만큼의 재고를 다시 입고하도록 대리점에 요구했다는 게 신 사장 측 주장이다.
강제 수주물량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대리점에 아디다스코리아는 상품 대금이 지연되면 연 12% 복리로 연체이자를 물게 했다. 신 사장은 이자 산정 방식이나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 아디다스코리아 측에 투명하게 공개하길 요구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아디다스코리아는 이태원스포츠 측 주장처럼 대리점에 대해 구입강제 및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이나 경영간섭 등의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태원스포츠 측에서 물품 대금 지급과 관련해 변제 자력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며 아디다스코리아가 입은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아디다스코리아는 배임 혐의 등을 이유로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본 사안이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최대한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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