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외치지만…한국, 미국 EU와 비교하면 성과 미미"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각국이 자국 기업의 유턴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리쇼어링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미국·EU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리쇼어링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리쇼어링(해외생산기지의 자국 복귀) 지수'를 측정한 결과 역외생산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쇼어링 지수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AT커니(Kearney)가 개발한 지표로, 미국 제조업 총산출 중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조업 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플러스 수치는 리쇼어링 확대를, 마이너스 수치는 역외생산 의존도 증가를 의미한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의 리쇼어링 지수는 2011년부터 계속 마이너스에 머물다 지난해 98로 반등하며 최근 10년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경련이 동일한 방법으로 측정한 지난해 한국의 리쇼어링 지수는 -37이었다. 2017년(-50)보다는 높지만 2018년(-11)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전경련은 또 미국이 아시아에 치우쳐 있던 글로벌 공급망(GVC)을 분산시킨 반면 한국은 여전히 아시아 지역 의존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작년 제조업 총산출은 2018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으로부터의 수입은 7%(590억달러) 감소했다. 특히 대중국 제조업 수입이 전년 대비 17%(900억달러) 감소해 탈중국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한국은 지난 10년간 대중국 제조업 수입 의존도가 연평균 7%씩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가폭은 줄어드는 추세로 분석됐다.
전경련은 유럽연합(EU)도 유턴 기업이 증가하며 일자리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의 경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253개 기업이 유턴했고, 이중 제조업은 85%를 차지했다. 전경련이 고용 정보가 공개된 99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유턴기업 1개사당 평균 130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같은 기간 총 52개사가 유턴했으며 1개사당 평균 19명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은 한국의 경우 2013년 유턴기업지원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복귀한 기업이 74개에 불과해 리쇼어링 성과가 미미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인건비, 법인세, 각종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몇 가지 인센티브만으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해외 생산 기지의 유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뿐 아니라 미국·EU처럼 중간재 수입의 국내 대체도 유턴으로 인정해 더 많은 기업이 제도의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