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법인파산을 목적으로 법원을 찾은 기업의 숫자가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원행정처가 공시한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회생법원과 전국 법원 파산부에 접수된 법인 파산신청은 총 522건에 달했다. 이는 상반기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의 485건에 비해서도 7.6% 늘어난 수치다.
법원행정처는 2013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했는데 상반기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18년까지 연 300건대에 머물렀던 상반기 파산신청 건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400건을 넘겼고 올해엔 500건대로 진입하는 등 최근에도 증가세가 이어져왔다.
특히 지역별로는 광주지법과 부산지법이 전년대비 신청 건수가 각각 125%, 100%씩 증가하며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회생법원의 경우 지난해 대비 신청건수가 소폭 감소했다. 서울 신청건수 감소는 지난해 수원고등법원이 개원하면서 수도권 지역 신청이 분산된 영향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감안해도 수도권과 지방소재 기업간 불황에 따른 타격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그 영향이 기업 재무 상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파산 건수도 최대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4월만해도 한 달간 전국법원 파산신청 건수는 85건으로 전년(107건) 대비 오히려 감소하면서 경영난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법원 관계자는 "당시 금융기관이 채무이행 추심을 비교적 느슨하게 하고 기업들도 정부 지원금을 기다리며 파산 신청을 버티는 중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며 "코로나19 등의 영향에 따른 기업파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산신청 증가와 달리 올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회생(회생합의사건) 신청건수는 448건으로 전년(497건) 대비 9.9% 감소했다. 보통 단기 자금경색을 극복하고 재기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은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경우 파산절차를 신청한다. 회생신청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재기 가능성을 포기하는 기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회생계획은 기업의 미래 실적을 기반으로 만들어야하는데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있어 제대로된 회생계획 자체를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반기 파산신청 건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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