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산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호실적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달 초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 이어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코로나19의 최대 수혜 업종 중 하나로 떠오른 것입니다.
지난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침체했던 반도체 시장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경제 확산의 덕을 톡톡히 누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스마트폰 등 모바일 수요 감소로 반도체 시장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화상 회의 등이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용 서버와 PC·노트북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설계업체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해주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최근 2분기 매출이 103억8천500만달러(미화, 약 12조5천억 원), 영업이익은 약 43억8천200만 달러(약 5조3천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9%, 영업이익은 71.8%나 급증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에 비해서도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2.0% 증가했습니다.
TSMC는 미국의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대한 제재를 받아들여 화웨이의 신규 반도체 생산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화웨이 제재 발표 이후 120일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두면서, 그 사이 시스템온칩(SoC) 반도체 재고를 미리 확보해놓으려는 화웨이의 선주문이 증가해 TSMC의 매출과 수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TSMC의 6월 매출은 역대 최고 수준인 40억9천860만 달러(약 4조9천300억 원)로, 지난 3월에 수립했던 월 최고 기록을 3개월 만에 경신했습니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51.9%에 달하는 최대 파운드리 업체입니다. 삼성전자는 TSMC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비슷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은 18.8% 선에 그칩니다.
D램 판매 세계 3위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3월부터 5월까지 매출이 54억달러(6조4천7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영업이익도 8억8천만달러(1조546억원)를 기록해 한차례 상향 조정된 가이던스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뛰어넘었습니다.
D램 점유율 4위인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의 2분기 매출도 전분기 대비 14.4% 증가한 5억5천900만 달러(약 6천704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최근 5개 분기 만에 가장 많습니다.
반도체 실적 향상은 장비업체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 장비업체인 ASML은 2분기 매출이 33억달러, 영업이익은 9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9.5%, 83% 각각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ASML은 3분기 매출도 2분기 매출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러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부문 매출이 18조∼19조 원에 이르며 영업이익이 5조4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2분기보다 매출은 15%가량, 영업이익은 59%가량 많은 것입니다. 올해 1분기 매출 17조6천400억 원, 영업이익 3조9천900억 원보다 증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최근 한 달간 증권사의 시장 전망치(컨센서스)가 매출 8조4천억 원, 영업이익 1조8천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 183%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인 미국의 인텔사의 실적에 주목합니다.
최근 팹리스 기업인 엔비디아에 밀려 미국 시가총액이 2위로 밀렸지만 분기 실적은 대체로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인텔은 이달 23일(현지시간) 실적을 공개합니다.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실적도 비교적 낙관하는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고 있는 데다 서버 외에 코로나 펜트업 수요(Pent-up demand), 즉 보복 소비에 대한 기대감에서입니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 들어 서버 수요 감소로 반도체 가격 하락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실제로 D램과 낸드플래시는 코로나 '셧다운'을 우려한 데이터센터 업체 등의 반도체 선주문 증가로 6월 들어 판매 가격(고정 가격)이 상승세를 멈췄고 7월부터는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D램 현물가격은 올해 4월 3일 3.637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접어들어 현재 2.667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재고가 넉넉한 PC·서버업체들이 일시적으로 매수를 줄인 영향입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서버를 대신해 코로나 사태로 부진했던 스마트폰과 게임기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TSMC의 경우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에도 5세대(5G) 이동통신, 모바일, 고성능 컴퓨팅(HPC),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 등에서 7나노 파운드리 제품의 꾸준한 수요가 이어져 매출이 더 늘어나리라 예측했습니다.
9월부터는 화웨이 물량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실적 향상을 전망한 것입니다.
TSMC의 3분기 가이던스는 매출 112억∼115억달러로 2분기보다 10억 달러 이상 많습니다.
마이크론도 하반기 스마트폰과 게임기 수요 등을 근거로 올해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3∼5월보다 높은 매출 57억5천만∼62억5천만달러, 영업이익 12억8천만달러로 제시했습니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3분기 전사 영업이익을 9조7천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도 2분기보다 늘어난 6조 원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애널리스트는 "3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모바일 부문에서 성장이 지속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출하 확대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