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업자산 매입지원 프로그램'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으로, 기업 보유 자산을 총 2조원 규모로 매입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캠코 관계자들과 기업자산 매입지원 프로그램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항공이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 그 외에 추가로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는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후보로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용지와 인천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이 꼽힌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캠코가 (프로그램 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자금 조달 상황을 보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취지다. 실제 대한항공은 최근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고 1조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약 8000억원) 신청과 기내식·기내면세품판매 사업 매각(약 1조원)도 앞두고 있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이번 프로그램을 활용해 송현동 용지를 처분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협의 과정에서 가격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다면 거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월부터 송현동 용지의 공개 매각을 진행해왔지만, 서울시가 수의계약 형태로 기대치보다 낮은 보상비(4670억원)를 제시하며 공원화를 주장하는 바람에 매각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우선 양측은 송현동 용지가 매입 대상에 해당하는지부터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캠코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의 매입 대상은 기업 보유의 부동산과 지분 등으로 규정했다. 다만, '이용 제한 등의 사유로 향후 매각이나 개발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은 제외했다. 즉, 서울시의 불허로 개발이 안되고 있는 송현동 용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또 이번 프로그램은 항공기와 선박 등도 매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대한항공이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보유 항공기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항공기 대부분은 금융리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소유권은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할부로 구입한 것과 다르지 않아 이를 매각해 재임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함께 이번 프로그램 신청 기업으로 꼽혀온 두산그룹은 아직까지 신청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매각이 시장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두산은 지난 8일 국내 사모펀드운용사(PE)인 스카이레이크와 두산솔루스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과도 두산타워 매각을 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날부터 신청·접수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신청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최승진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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