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철광석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전방산업 침체와 일본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힘든 상황을 맞았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톈진항으로 수입되는 순도 62% 철광석은 전날 t당 약 112달러에 거래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5월 초 가격이 t당 약 83달러 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두달 반만에 35% 가까이 오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줄어든 수요로 낮아졌던 가격이 중국 정부의 8조2500억위안(약 1404조원)에 달하는 '슈퍼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급등세로 돌아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의 어려움은 원료인 철광석 값이 올랐는데도 철강재의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침체로 국내 수요가 부진한 데다 최근에는 일본산 철강재까지 가격을 낮춰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96만 3000톤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본에서도 내수 부진을 겪으면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품질이 중국산보다 좋은데도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업계에 따르면 올 4월 t당 400달러 중반선이던 일본산 열연강판의 국내 수입가격은 6월들어 300달러 후반대 까지 낮아졌다. 7~8월 선적분도 400달러 초반 수준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제품보다 t당 40달러 이상 낮은 가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조선업계에 철강재 단가 인상을 쉽게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열연의 경우 국내 재압연사(냉간압연강판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일본산 수입량이 크게 늘어났고, 강관과 형강 시장에서도 일본산의 저가 공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철광석 가격은 110달러를 돌파하는 등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일본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초저가 판매에 나서니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산 저가 철강재 수입은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업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포스코의 2분기 매출은 13조4477억원, 영업익은 2232억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2분기보다 영업익이 86.3% 감소한 수치다. 증권업계에선 포스코가 별도 기준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침체와 무역 장벽 강화로 일본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며 "수입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철강협회를 통해 공동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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