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제조 세계 1위업체 중국 왓슨(Wason)의 2대 주주인 SK(주)가 이 회사에 1000억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SK㈜는 17일 중국 왓슨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2700억원을 처음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약 1년여만의 재투자다.
'동박(Copper foil)'은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이 동박을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중 중국 허난성 링바오시에 위치한 왓슨이 공급물량기준 세계 1위다. 7월 현재 전지용 동박 생산규모가 연 4만톤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177억원과 781억원이다.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은 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지난해 SK(주)가 투자에 나선 이후 왓슨은 경쟁사 인수와 공장 신설 등으로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 투자금 활용해 2025년엔 생산량을 14만톤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왓슨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부품인 동박 수요도 따라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들어서는 급성장하는 동박 수요를 공급이 못따라가면서 '쇼티지(일시적 공급부족)'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 시장 구도를 미리 예측하고 적시 투자한 SK의 선구안이 빛났다고 평가받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전기차 1대당 동박 사용량은 40㎏ 수준으로 핸드폰의 사용량(4g)보다 1만 배 많다. 그만큼 수요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기술로 얇게 만든 막으로,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음극 소재로 쓰인다. 얇고, 넓고, 균일한 표면의 구리호일을 길게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로 공정제어 기술과 설비 경쟁력이 필요하다.
세계 선두권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조건에 맞는 고품질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계 6곳뿐이다. 그중에서 3곳(일진머티리얼즈, SK넥실리스, 두산솔루스)이 한국업체다. 올초 SK그룹의 화학·소재업체 SKC는 동박제조사 KCFT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SK넥실리스'로 사명을 바꿨다. SK넥실리스도 올초 4공장 증설을 마치자마자 정읍 5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SK그룹에서 배터리 제조 사업을 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두산솔루스 등과 동박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에 동박을 공급하는 왓슨에 2대주주로 투자수익을 누리면서, 동시에 국내에서는 배터리·동박업체를 직접 경영해 관련 투자·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SK(주) 관계자는 "동박공급 부족으로 고품질 동박 확보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투자형 지주회사 SK(주)의 선제적 추가 투자로 기업가치 증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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