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오는 2021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한 것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인 8590원에 비해 130원 올랐다. 이는 올해보다 1.5% 인상된 수치로,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후 인상률 중 가장 낮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의 결정을 수용해 오는 5일까지 최저임금액을 고시하면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확정된다.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은 죽었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한국노총은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대내·외적인 평가에 비교하면 1.5% 인상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참담한, 역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수치다"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회(경총)도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경총은 "비록 역대 최저치이기는 하지만, 최저임금이 이미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인상된 상황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외부충격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중략)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동결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서울 강서구 소재 수학학원에서 근무하는 김 모씨(24)는 "130원 오른 것으로 시급이 오른 게 실감 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모씨(23)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올라서 좋지만 점주들은 130원 오른 것도 부담될 것 같다"며 "요즘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곳이 줄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면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다"고 근심을 드러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 소폭이긴 하지만 결국 오르기 때문에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라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샐러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여름이니까 에어컨을 꺼서 전기세를 아낄 수도 없고 재료를 안 좋은 걸로 바꿔서 재료비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줄일 수 있는 건 인건비뿐"이라며 "내가 더 일하더라도 아르바이트생을 안 쓰고 인건비를 안 들이는 게 낫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더 올리는 것은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몇 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다. 이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든 상태"라며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처해 고용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동결 내지 삭감까지도 고려해봤어야 하지 않나
양 교수는 "최저임금제도는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거시경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현재 마치 근로자와 경영자 두 입장이 대립 관계에 있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어느 선으로 결정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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