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그간 '변방산업' 영역에 머물던 빅데이터·인공지능(AI), 친환경 사업을 명실상부 주력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이들 산업을 수식하는 데 흔히 쓰이던 '첨단', '미래' 등의 단어를 대신해 '인프라', '일자리'처럼 첨예한 경제이슈를 직접 결합한 것도 정부의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에 걸맞은 대대적 재정투입, 규제개선을 단행해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성장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정부가 선정한 한국판 뉴딜 10대과제 중에서도 중앙정부 재정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데이터 댐'이 대표적이다. 향후 5년간 총 15조5000억원(민간재원 포함 18조10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38만9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 댐은 사회 곳곳에 흩어진 공공·민간 데이터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나의 형태로 가공하고, 이렇게 구축된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5G 통신망을 갖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상규 기획재정부 신성장정책과장은 "빅데이터 구축은 관련업계의 수요는 크지만, 막대한 단순 수작업이 필요해 민간에서는 선뜻 손대지 못하는 영역이었다"며 "정부 재정을 동원해 단순 수작업 인력을 대량으로 고용함으로써, 빅데이터도 구축하고 경기활성화까지 노리는 '뉴딜 정책' 취지에 가장 적합한 디지털 사업"이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데이터 14만2000개를 개방하고 AI 학습용 데이터 1300종을 구축하는 등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고, 전국에 5G 통신망을 조기구축하는 등의 사업이 포함돼있다.
두번째로 많은 국비가 투입되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에는 13조1000억원(민간재원 포함 20조3000억원)이 투자된다. 정부는 전기차 113만대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할 방침이다. 향후 기존 유가 보조금을 활용해 수소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한 사업용 수소차 연료보조금 제도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전기차의 경우 급속충전기 1만 5000대와 완속충전기 3만대를 전국 곳곳에 설치해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차의 경우 충전 인프라 450대를 설치하고 수요처 인근에서 수소를 생산하여 충전소 등에 안정적으로 수소 공급할 수 있는 수소 생산기지를 보급한다. 이외에도 노후 경유차 116만대 조기 폐차를 지원해 '전기수소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SOC 디지털화 사업에는 총 10조원(민간재원 포함 14조80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되며, 일자리 창출효과는 14만3000개로 전망된다. 도로·철도 등 전통 SOC에 첨단 인식·통신장치를 추가설치해 디지털화하는 사업이 주를 이룬다. 우선 주요 간선도로에 차세대지능형교통시스템(C-ITS)를 구축하고 국내 모든 철로에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설치할 계획이다. 공항·항만에는 비대면 생체인식시스템을 구축하고, 하천·저수지 등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설을 장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그린 스마트스쿨, 디지털 트윈, 스마트 그린산단 등을 10대 과제로 선정했다. 10대 과제에 투입되는 국비만 68조7000억원(민간재원 포함 100조9000억원)에 달하며 일자리 창출효과는 111만1000개로 전망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미래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동안 이정도 규모의 재정투입이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도 곱씹어봐야 한다"며 "기존 주력산업에 비해 불확실성이 큰 영역인 만큼 치밀한 세부전략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종합계획에는 '비대면 의료 제도화 추진'이라는 말이 등장해 주목된다. 비대면 의료와 관련해 '제도화'가 언급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그간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최대한 직접적인 표현은 피해왔다. 비대면 의료에는 2025년까지 총사업비 3000억원을 투입된다.
우선적으로 정부는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와 의료기관 간 협진이 가능한 5G, IoT 등 디지털 기반 스마트병원을 구축한다. 올해 3개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6개, 2025년까지 9개 등 총 18개의 스마트병원을 구축하고, 기관 당 10억~2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격리병실과 집중치료실 환자의 영상정보를 의료진에게 실시간 전송 관리하고, 감염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과 전문
향후 비대면 진료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를 설득할 구체적인 '당근'도 제시했다. 환자 안전, 의료사고 책임, 상급병원 쏠림 등 의료계 우려에 대한 보완장치를 약속했다. 또 의료계가 원격의료의 대안으로 제시한 '왕진사업(재택의료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용 기자 / 김연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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