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2년 연속 급제동으로 연평균 인상률로 따지면 직전 박근혜 정부보다 약간 높지만 사실상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오전 2시께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의결했다.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기록한 기존 역대 최저 인상률인 2.7%보다도 낮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가 이듬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데 이어 2018년에도 10.9% 올려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이어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저임금 적용 연도를 기준으로 현 정부 4년(2018∼2021년) 동안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은 7.7%다. 같은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 4년(2014∼2017년) 동안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을 계산하면 7.4%가 나온다. 현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약간 낮지만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사실 현 정부는 집권과 함께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국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이어가자 인건비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확산했다.
여기에 정치권과 언론이 가세하면서 갈등은 격화했다.
이에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데 착수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2조8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인건비 일부를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정책이다.
또한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확대했다.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단계적으로 산입범위에 넣기로 한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사용자는 실제 임금을 그만큼 덜 올려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게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5%로 정해진 것은 정부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다.
공익위원들이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안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고려한 결과다.
그러나 현 정부가 집권 초기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올렸다면 추가 인상 여력이 남아 1%대 인상과 같은 극단적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도 그만큼 적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실제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너무 실망스럽다"며 "최저임금 근로자위원 사퇴 등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방안을 포함해 최저임금 제도 개혁 투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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