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약 3분의 1은 잠으로 채워진다.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는 적게 자고 노력하는 것이 미덕으로 인식될 만큼 수면은 게으름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어느덧 숙면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수면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효능은 매우 풍요롭다. 잠자는 동안 근육과 혈관은 긴장에서 벗어나 이완되며, 낮 동안 진행된 신진대사로 손상된 세포들이 회복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고, 뇌에 축적된 부산물도 제거된다. 이러한 수면이 만성적으로 부족할 경우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 비만 뿐 아니라 정신적 피로누적으로 우울증까지 야기할 수 있다.
현대인의 약 20%가 겪고 있다는 수면장애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지만 매우 포괄적인 질병개념이다. 가장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불면증은 잠들기가 어렵고 잠이 들어도 자주 깨거나, 또는 너무 일찍 일어나게 되는 현상으로 인해 피로감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그밖에도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 시간에 과도한 졸음을 호소하는 기면증, 잠들 무렵 다리에 표현하기 힘든 불편감을 주는 하지불안증후군과 코골이·수면무호흡 장애 등이 있다.
일시적인 환경변화나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지만 그 외의 경우 야간수면다원검사 시행을 통해 진단해 보는 것이 정확하다. 수면다원검사는 검사실에서 수검자가 실제로 자면서 수면시 뇌파, 눈동자, 근긴장도, 호흡, 심전도 등의 수치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검사로 수면장애 특성과 심함 정도를 진단해 그에 맞는 치료법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수면장애 치료는 약물적 방법과 비약물적 방법으로 나뉘는데, 먼저 수면위생 개선과 생활습관 개선에 포커스를 맞춘 비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수면장애 및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 가중과 일상생활이 힘들 경우 수면제, 진정제, 항우울제, 멜라토닌,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물 처방을 병행해 정상적인 수면패턴을 서서히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준형 교수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활동 보다는 혼술 또는 유튜브·넷플릭스 시청 등으로 세태가 변화함에 따라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알코올 섭취와 늦은 시간까지 노출되는 TV·스마트폰의 불빛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면장애로 이어지게 하는 주범"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또한 "단순히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약물에 의존하게 되어 더욱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수면위생개선, 행동인지치료와 약물치료를 적절히 병행해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수면장애 예방하려면>
·침대(잠자리)에는 정해진 취침시간에만 눕는다
·침대서 낮잠, 게임, 생각하기, 먹기 등 삼가야
·매일 최소 30분 이상 햇볕 쬐기, 1시간이상 운동
·초저녁 격렬한 운동은 각성상태를 유발해 안좋아
·커피(카페인)는 낮 시간에 조금 만, 술은 금물
·잠들기 전에는 지루하고 어려운 책을
·TV 본다면 예능·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퀴즈를
·잠이 안 오거나, 자다가 깼을 경우는 침대 밖으로
·침실은 집안에서 가장 어둡고 조용한 방으로 고른다
·주말에 몰아서 자더라도 최대 8시간을 넘기지 않음
※도움말=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준형 교수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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