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차기 대선주자 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63).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에서 열린 '굴 양식 어민과의 토론회'에서도 김 전 부총리는 "(정치권에서 거론이 됐다 하더라도) 그건 그쪽 생각일 뿐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김 전 부총리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가 전국을 돌면서 농민과 어민, 소상공인을 만나는 행보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총리는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을 지난 1월 만들었지만 활동은 총선이 끝난 뒤부터 하기 시작한 것도 (정치적)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였다"며 "애초 유쾌한반란 취지 대로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생각에서 지금은 작은 실천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쾌한반란은 사회적 이동(계층 사다리 잇기)와 혁신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며 "혁신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농업과 어업부터 우선 시작한 것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가 통영에서 굴 양식 어민들과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전 부총리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경남 밀양과 진주, 부산, 거제를 거쳐 통영에 도착했다.
김 전 부총리는 현장을 찾을 때마다 '유쾌한 반란'이라는 이름의 강연을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6학년때 부친을 여의고 서울 청계천변 판잣집에서 보낸 학창 시절부터 상고를 졸업한 뒤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도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주경야독해 행정·입법고시를 동시 패스한 인생 스토리는 어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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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에서 개최된 `굴 양식 어민과의 토론회`에서 `유쾌한 반란`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
왕의 옷을 입은 광대(이병헌 분)가 신하들을 꾸짖는 장면이다. "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 지언정 나는 백성들을 살려야 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禮)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김 전 부총리는 영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 뒤 국가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 말을 이었다. 그는 "지도자에겐 최소한 2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째는 비전이고, 둘째는 실력"이라며 "통영에서 출항하는 배가 어디로 향할 지를 미리 정하는 건 비전이고, 그 곳까지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건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영화 속에서 왕이 된 광대가 궁중에서 가장 비천한 사람에게까지 따뜻한 마음을 품었듯이 우리 사회 지도층들도 이제까지 만들어진 틀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반성을 하고 솔선해서 자기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려면 사회적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자면 지도층과 기득권, 엘리트부터 자신을 내려놓고 반성하면서 비전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반성하고 희생하지 않으면 사회적 타협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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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에서 개최된 `굴 양식 어민과의 토론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
김 전 부총리는 새로운 프로그램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른바 '소셜 임팩트 기업'과 함께 하는 혁신이다. 소셜 임팩트 기업은 사회적 기업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개념으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혁신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하는 기업을 말한다. 대표적인 곳이 김 전 부총리가 현직에 있던 2018년 3월 SK그룹 본사를 방문했을 때 최태원 SK 회장이 직접 들고나온 가방을 만드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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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여섯째)이 `굴 양식 어민들과 토론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
[통영 =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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