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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2018 준조세 현황'을 보면 우리 기업들은 그 해에 법인세 70조9000억원을 납부했다. 또 기업이 4대 보험 또는 기부금 등의 명목으로 강제 부담한 '협의의 준조세'가 62조9000억원이었다. 그나마 법인세는 이익을 내는 기업이 납부하는 돈이지만 준조세는 흑자를 내든 적자를 내든 상관없이 납부해야 한다. 그런 준조세 부담이 법인세 납부액의 89%에 이르고 있으니 기업들 허리가 휜다.
정부는 기업에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다그친다.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라"고 압박한다. 그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에서 거둬가는 세금·준조세를 늘리기 바쁘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 와중에 세금·준조세를 더 늘려가면 무슨 수로 일자리를 늘리는가. 견디다 못해 기업들이 외국으로 공장을 옮겨가면 국내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뿐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애플사와 똑같은 영업이익을 올릴 때 법인세는 약 2배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납부해야 하는 법인세의 유효세율은 약 25%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 법인세 유효세율은 애플 15.6%, 인텔 11.6%에 그친다. 미국 영국 등 대다수 나라가 최근 몇년사이 법인세 세율을 대폭 낮췄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며 역주행했다.
이제 한국의 기업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한다. 2010년만해도 한국 법인세율은 OECD 36개 회원국중 22위에 머물렀지만 2018년에는 11위로 뛰어올랐고 이제는 9위로 높아졌다. 이런 마당에 4대보험과 기부금 등으로 기업이 강제 납부해야 하는 준조세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투자가 위축되고 경제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제는 2018년에 2.9% 성장했는데 그해 기업의 준조세 부담은 8% 늘어났다. 그 해에 기업 순이익이 14.5% 줄어들어 경영형편이 어려워졌는데도 아랑곳않고 준조세부담은 8% 늘어났다. 준조세 부담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 부담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이 어려워져도 이런 준조세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고용보험·건강보험을 확대하면서 그 비용을 기업에 계속 떠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금·준조세를 마구 거둬가는데도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서 미래를 위해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할 수 있는 한국기업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개인 주식투자자들도 그런 사정을 눈치챈 모양이다. '동학개미'를 자처하던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제쳐놓고 미국 주식을 사기위해 몰려나가고 있다. 한국인 투자자들의 외국주식 거래액은 올해 1월만 해도 55억달러 수준이었지만 6월에는 186억달러로 늘어났다. 22조3200억원에 이른다.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의 10%에 육박한다.
주식 투자자들이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를 탓할 일이 아니다. 다만 한국 기업들도 외국기업에 뒤지지 않는 기회를 누려야 한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과도한 세금·준조세 부담에 짓눌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으니 그것이 걱정이다.
정부는 모든 가정에 선심쓰듯 긴급재난지원금을 쏟아부었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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