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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앞줄 왼쪽 첫째) 회장이 지난해 안양공장서 열린 임직원 및 가족 초청 한마음체육대회에 참석해 축구 선수로 뛰고 있다. |
"팀을 위해 헌신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만큼 무서운 팀은 없다"
"팀워크으로 끈기 있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때 승리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2017년 1월 16일 조현준 효성 회장의 취임사는 다른 그룹 회장 취임사와는 달랐다. 조 회장은 스포츠 정신을 빗대어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이날은 고 조홍제 효성 창업 회장 기일이기도 했다. 조현준 회장은 고 조홍제 창업주의 맏손자다.
국내 대기업에서 회장이라는 직함은 상징성이 크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하다. 사장은 여럿이지만, 회장은 한명이다. 때문에 자녀가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끈다 해도 부회장 직함을 쓴다. 삼성이나 현대차가 그런 사례다. 물론, '회장님'인 아버지가 사망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광모 LG 회장이나 조원태 한진 회장처럼 40대 회장도 있긴 하다.
그런데 효성은 상황이 좀 복잡했다. 효성은 2010년대 주력업종 불황과 형제 갈등 등으로 인해 내우외환을 겪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조석래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변화의 선택은 조현준 회장이었다.
조현준 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하다. 스포츠에 익숙할 뿐 만 아니라 운동신경 또한 뛰어나다.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예일대 재학시절 야구와 미식축구 등에서 교내 대표선수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고등학생 땐 야구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스키와 테니스, 축구 실력 또한 재계 인사 중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조현준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단순히 혼자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ONE TEAM 효성'을 사내 스포츠대회인 한마음 체육대회를 통해 실천하고 있다. 한마음 체육대회는 효성이 매년 임직원 및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한 스포츠 행사다. 조 회장은 지난해 축구 결승전에서 직접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이 임직원들의 스포츠활동을 장려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트렌드다.
조현준 회장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사업 영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효성티엔씨에서 생산하고 있는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10년째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스포츠의류 분야에서 각광 받는 핵심소재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의 국내 런칭 또한 조현준 회장 작품이다. 조 회장은 언더아머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고, 이 회사에 원사를 공급 했으며, 효성 관계사를 통해 2011년 한국에 런칭했다. 언더아머는 국내외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조 회장은 스포츠마케팅에도 관심이 많다. 효성 계열사 갤럭시아에스엠은 2005년 미국 메이저리그 방송중계권을 획득한 후 케이블TV 채널 Xports를 런칭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AFC(아시안 축구) 패키지, EAFF(동아시아축구), UFC(이종격투기), IAAF(세계육상선수권대회),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등 국내외 스포츠 방송중계권을 획득해 이를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스폰서쉽과 광고권 대행, 국제회의 유치 등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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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회장(왼쪽)이 지난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야구 배트를 선물했다. |
조현준 회장은 비인기 스포츠 후원과 스포츠 영재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지원활동이 스켈레톤 연맹에 대한 후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효성은 대표팀을 물심양면으로 도왔으며, 윤성빈 선수의 스켈레톤 금메달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효성컬처시리즈는 스포츠와 문화예술 영재를 후원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조현준 회장 후 효성은 재도약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다시 복귀했으며, 그동안 부진했던 중공업 등에서 다시 선전하고 있다. 이익 1조원은 지주사 (주)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을 합친 수치다. 4개 사업회사는 2018년 (주)효성에서 분리됐다. 특히, 취임이후 글로벌 매출이 성장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재계 또한 사업분야를 다각화 하고, 시장을 넓혔다는 점에서 효성의 3세 경영이 안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조현준 회장과 효성의 미래가 마냥 핑크빛 인 것만은 아니다. 횡령 혐의로 고발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고, 동생 조현문 전 사장과의 갈등 등으로 인한 '오너리스크' 또한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태다. 올해 1분기 효성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상황에서 분발 또한 필요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의 회장 취임사는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만 하다. 그는 스포츠의 '팀 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이 그 어느 때 보다 팀정신이 필요한 시기다.
'만능스포츠 맨' 이라는 말은 승부욕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조 회장은 강한 승
[정승환 재계·한상 전문기자 / 도움 = 정지규 경일대 스포츠학과 교수 겸 스포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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