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제공 = 남정형외과] |
앞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뛰면 심장이 강해지고 폐 기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풍부한 산소와 많은 혈액을 전신에 활발하게 공급할 수 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달리지 않고 적절한 주의와 관심만 기울인다면 달리기와 무릎 관절염은 큰 연관이 없다는 사실도 배웠다.
하지만 허리가 자주 아프거나, 허리디스크 파열로 고생하는 사람, 허리 수술 후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 뛰면서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는 달리기란 운동이 적합할지 궁금해진다.
◆ "허리가 아픈데 뛰어도 되나요?"
일반적으로 의사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허리에 무리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뛰게 되면 발로부터 전해오는 충격이 무릎부터 척추까지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달리기를 자주 즐겼던 사람들의 허리디스크 두께가 더 두껍고, 디스크 수핵 내에 수분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시 말해 과한 압력은 허리에 무리일 수 있지만, 적절한 압력은 오히려 허리 인대, 근육, 디스크 조직을 강화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적절한 체중 부하가 없을 때 골다공증이 쉽게 유발되는 원리와도 비슷하다. 이러한 이유로 통증이 조절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걷기와 가볍게 뛰는 것을 권하는 척추 의사들도 상당수 있다. 이쯤 되면 확실한 답이 필요하겠다.
◆ 달리기가 허리에 좋다는 것인가? 안 좋다는 것인가?
결론은 척추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달리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례적으로 통증이 심할 때, 급성 디스크로 신경 증상이 있을 때, 허리 수술 직후, 자주 허리가 아픈데 진료를 받지 않은 상태는 권하지 않는다.
이런 시기는 병원을 찾아 치료하고, 약을 복용 후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급성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허리에 좋은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때 대부분 허리나 척추 강화 운동을 한다고 복부나 코어 주변의 근력 강화 운동을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허리나 척추가 약한 상태에서 큰 근육을 먼저 사용하는 복근운동이나 허리 신전 운동을 시작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나기 쉽다.
아직 척추 주변이 안정화할 만한 허리 주변 작은 미세한 근육과 인대조직이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압력만 증가시키기 때문에 디스크 파열이나 인대 손상의 위험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작은 인대, 소 근육, 평형 수용체, 고유 운동 감각 수용체를 건강하게 자극하고, 단련시키기 위해서는 걷기나 속보를 먼저 시작해야하고, 허락되는 범위에서는 가벼운 조깅까지는 늘려나가도 좋다.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자극은 근육과 인대조직, 신경조직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 올바른 달리기의 기초가 되는 강약 조절
그렇게 3개월 정도 단련하면 척추는 중력에 저항하며 올바른 자세가 되고 주변 조직도 조금씩 강해진다. 그때부터는 허리 기립근, 복근 등의 코어 강화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조깅까지 가능했다면 이제부터는 거리도 늘리고 속도도 올리면서 한 시간 정도 러닝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통증이 다시 찾아올 때는 운동을 2일 정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고, 주 3~4회 정도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또 궁금한 것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미 허리주사를 맞았거나 허리 시술을 받았거나 인대강화주사를 맞아서 현재는 완치된 거 같은데 그렇게 허리에 맞는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지 말이다.
척추질환에 완치란 없다. 늘 부단하게 노력하고 허리 건강을 지키지 않으면 수술한 부위에 또 디스크가 터질 수 있고, 없던 목 디스크도 생길 수 있다.
◆ 뛰는데 계속 허리가 아픈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달리기를 접하는 사람 중에 그러한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은 달리기를 위한 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 안 하던 축구를 갑자기 한 다음 날 허벅지 근육이 엄청 당기고 아픈 것과도 같은 이치다.
이런 경우 근육이 적응되도록 잘 풀어주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1~2일 정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웬만하면 극복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달리는 자세인데, 대부분 너무 과하게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오리 엉덩이를 만든다거나 구부정하게 앞으로 구부린 자세에서 기인한다.
트레이너나 러닝 고수에게 조금만 교정을 받는다면 이 또한 쉽게 극복되는 문제다.
나 역시 척추가 좋지 않아 상당히 오랜 기간 병마에 시달렸다. 경추 추간판 탈출증과 우측 상지 신경마비라는 척추질병으로 수술할 날만 기다려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번 뛰어보자고 결심했고, 그러자 놀라울 정도로 고통이 사라지고 근력도 좋아졌다. 지금까지도 수술 없이 건강한 척추와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허리가 한 번 아프고 나면 어떤 치료를 받아도 재발할 수 있다. 척추질환에 완치는 없다는 뜻이다.
허리나 척추 통증 치료의 핵심은 통증 재발을 막고 올바르고 건강한 척추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데 달리기만큼 꾸준히 도와줄 수 있는 동반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허리통증 대처법>
1. 급성 통증 시기에는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에 의존한다.
2. 아프지 않으면 걷기, 빠른 걷기, 가볍게 달리기 순으로 운동을 점진적으로 확대해간다.
3. 3개월 정도 달리기가 몸에 익숙해지면 코어근육운동을 병행한다.
![]() |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전공의를 수료했다. 대한 스포츠의학회 분과전문의, 고려대 외래교수, 성균관의대 외래
아이스하키, 골프 등 운동 마니아였던 그는 목 디스크를 이겨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목 디스크를 이겨냈다. 그 이후로 달리기에 빠져 지금은 철인 3종경기까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