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증시에는 개인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초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끈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의 이름을 딴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학 개미나 로빈후드 투자자처럼 개인들의 증시 유입은 비단 한국이나 미국 증시만이 아니라 유럽, 일본, 필리핀,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늘(30일) '아마추어 투자자 아시아 증시에 몰려들자 긴장하는 전문가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세계 증시가 급락한 뒤 전개된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 현상을 아시아권 위주로 조명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3월 이후 인도에서도 180만개의 신규 주식 투자 계좌가 개설됐습니다.
버블 붕괴 후 아픈 경험 때문에 주식 투자를 꺼려온 일본의 개인들도 올해 2∼4월 사이에 82만여개의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의 2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필리핀의 증권사인 'AAA 사우스이스트 에쿼티즈'는 3월 이후 매달 개설되는 신규 온라인 증권계좌가 2∼3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 증시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약세장 탈출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싱가포르의 자산관리자문사인 360F의 간부인 클레리 쿠아는 "거의 전 세계적인 자택 대피가 디지털 습관을 강화했고 일상적인 오락이 없는 상황에서 적잖은 사람들이 저점 매수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첫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고 해석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크게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로빈후드 앱은 올해 1분기에만 신규 계정이 약 300만개 증가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개인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 된 점을 꼽았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정책을 취하고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증시 강세를 뒷받침한 측면도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 예상되면서 전문 투자자는 개인들에 비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비해 개인들은 공격적으로 매수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한 주부는 "주가가 내려갔을 때 기회를 봤고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금융사인 마넥스 그룹이 이달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주가 급락 때문에 위험자산을 팔았다는 응답자는 17%에 불과한 반면 주식 보유를 늘리는 기회로 삼았다는 응답률은 37%에 달했습니다.
3만명의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벌인 또 다른 일본의 설문 조사에서는 올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응답자 중 0.1%만이 손실 때문에 투자 중단을 생각했고 60%가량은 현재의 수익률에 만족하거나 더 적극적인 투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증시는 이처럼 대량 유입된 개인
블룸버그는 "나쁜 뉴스에도 오르는 시장에서 어느 누가 수익률에 행복하지 않겠는가"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다음 주가 하락 때 시장을 빠져나갈지 여부가 관심사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중국에서는 봉쇄 기간인 3∼4월 계좌 개설이 급증했으나 5월에는 주춤해졌고 증시에 대한 관심도도 낮아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