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더 악화되고,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거라고 예상했다.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가 장기화되고 일자리 양극화가 진행되는 등 경제주체들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분석이다.
자본 측면에서는 교역 둔화와 산업별 투자회복 지연이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위기 이후에는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어 투자-자본 비율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상품과 서비스 교역이 둔화되고 산업 전반이 위축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의 양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에 따른 저축 유인 강화와 부채 급증 등으로 저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될 거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실직 경험에 따른 예비적 저축의 증가가 총수요 위축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경제 전반의 실직 위험을 높이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늘어난 민간부채 또한 수요를 감축시키는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 민간부문 부채가비율이 주요국 평균(117.5%)보다 높다"며 "디레버리징을 위한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디지털경제 가속화 또한 물가 하방 압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온라인 거래 성장이 중간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자동화·무인화 확대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단순반복적 일자리는 위기 이후 기술집약적 혁신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가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는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소득분배가 더욱 악화될 거라는 우려도 제시됐다. 과거 경제위기 사례를 살펴보면 위기 이후 소득분배 상황이 원래의 추세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취약계층의 고용·소득여건 개선은 더딜 것"이라고 밝혔다. 3월 국내 취업자수는 20만명이 줄며 감소세로 전환했고 4월엔 48만명이 감소해 1999년 2월(-66만명) 이후
일자리 양극화의 위험성도 커질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디지털경제 진전은 저기술·비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를 줄인다"며 "고숙련 근로자 임금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저숙련 근로자 임금은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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