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중 7명은 중독성 처방의약품(의료용 마약류)의 중독(의존)발생 위험성과 증상, 그 대처법을 잘 모르고, 특히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이 부족해 약 절반만이 설명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회장 임태환)은 약물오남용으로 인한 폐해예방을 위해 보다 실체적인 인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이상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패널을 이용한 웹조사 방식으로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약물오남용 대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조사결과, 아편계(마약성) 진통제의 중독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 중 35.1%, 대처방법을 아는 경우는 11.3%에 그쳤다. 식욕억제제(다이어트약물)의 중독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 중 22.5%, 대처방법을 아는 경우는 8.8%였다. 또 복용자의 절반은 약물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중독 발생 가능성과 증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고, 이들 중 일부는 임의로 양을 늘려 복용해 의사와 환자 간 명확한 소통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아편계(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한 응답자는 54.6%, 식욕억제제(다이어트약물)를 복용한 응답자의 50.0%만 의료진으로부터 약물 복용시 중독 발생 가능성과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답했고, 의사가 처방한 것보다 임의로 양을 늘려 복용한 경험도 아편계(마약성) 진통제 복용자는 13.1%, 식욕억제제(다이어트약물) 복용자는 15.0%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이내 중독성 약물 사용자 중 약물사용을 조절하거나 줄이려는 시도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아편계(마약성) 진통제 사용자는 56.3%, 식욕억제제(다이어트약물) 사용자는 66.7%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현재 이 약물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의존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하고 전문가로부터 의존성 발생여부를 정확히 평가받을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9%가 강력한 중독성 처방의약품인 식욕억제제(다이어트약물)의 안전한 복용기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른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물질) 오남용으로 초래되는 신체 및 정신 건강상의 위험 정도에 대해서 아편계(마약성) 진통제(81.3%) > 흡연(76.9%) > 의료용대마(71.1%) > 음주(68.7%) > 식욕억제제(다이어트약물)(66.8%) > 진정제·수면제(65.6%) 순으로 답했다.
약물 중독(의존) 대책에 대해서는 법적 단속과 처벌보다는 전문 치료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았다. 의사처방의약품은 다른 불법약물과는 달리 사전에 법적 단속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교육과 의존 발생시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치료프로그램 개발과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대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책을 1~3순위까지 물어본 결과, 약물전문 치료프로그램 확충(78.3%) > 사전예방교육(70.6%) > 법적인 처벌 및 단속강화(66.5%) > 단속 및 검사를 위한 첨단기술 개발(28.1%) > 유해환경정비(24.2%) > 정부의 홍보(21.5%) 순으로 나타났다. 약물 중독(의존) 치료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을 위해 정부의 지원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70.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한편, 국민 대다수는 성인의 대마(마리화나) 사용에 대해서는 허가된 의약품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반 성인(18세 이상)의 대마 사용 합법화 범위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68.5%가 '허가된 대마성분의약품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16.1%는 '어떤 형태로든 절대 합법화해서는 안된다'고 답해 응답자의 84.6%에 달하는 수가 대마사용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에 '모든 종류의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자는 의견은 9.8%, '개인적 공간에 한해 기호품으로 허용'
이번 약물오남용 대국민인식조사 결과는 향후 중독연구특별위원회의 중독성 약물 중독(의존) 예방가이드, 중독(의존)예방 교육 및 홍보 등 자료 개발 시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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