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대적 재정을 투입해 마중물을 제공하면 민간투자가 늘어 코로나 경제쇼크 충격파가 줄어들 것이란 게 정부 희망이지만 기업들은 빚을 내 근근히 버티기도 힘들었다는 의미다.
22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상장사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623개 기업의 총 차입금이 387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차입금이 5조원 늘었던 것에 비하면 네 배나 증가폭이 가팔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도도 지난해말 21.6%에서 22.5%로 올랐다. 차입금 의존도는 전체 자본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특히 은행에서 빌린 돈이 15조원으로 회사채를 통해 조달한 5조원의 3배에 달했다. 올해 2월에서 4월 기간 동안 코로나19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 대출로 기업들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항공, 유통, 관광·레저, 조선, 섬유의복 업종에서 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항공사는 58.5%에서 63.8%로 가파르게 올랐으며, 조선업도 17.7%에서 20%로 올랐다. 유통사는 31.4%에서 32.5%로 차입금 의존도가 상승했다.
은행에서 낸 빚이 큰 폭으로 느는 가운데 기업 투자는 줄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622개 코스피 상장기업을 분석하면, 투자현금지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26.4% 감소한 17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경연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현금은 늘리고 투자는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활동을 통한 자금조달은 전년동기대비 23.3% 늘어난 11조원을 기록했지만, 영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회사채 등 자금시장 경색은 다소 해소됐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가 끝날 때까지 정부는 유동성 공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